[SCOOP Cover] “숙박 수요 증가한다고? 제발 근거 좀 대라”
[SCOOP Cover] “숙박 수요 증가한다고? 제발 근거 좀 대라”
  • 김다린 기자
  • 호수 180
  • 승인 2016.03.03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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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한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팀장

서울 한복판에 호텔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숙박 수요가 부족해서일까. 정답은 “No”다. 주요 관광호텔은 객실 가동률이 내려가고 있다. 공급 과잉인데도, 호텔이 늘고 있다는 거다. 윤철한 경실련 팀장은 “그럼에도 정부는 호텔을 지을 곳이 없다며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인근에다가 허가를 내주겠다고 한다”며 한탄했다.

▲ 윤철한 팀장은 "학교 인근에까지 호텔이 들어서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급증하는 서울 관광호텔, 뭐가 문제인가
“우리나라 숙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정확한 근거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 정부와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를 근거로 제시했는데.
“당장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외국인 관광객 비율을 살펴보자. 절반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다. 다른 국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믿을 건 유커뿐이라는 거다. 그런데 유커의 재방문율이 줄어들고 있다. 쇼핑 말고는 콘텐트가 없는 탓에 가까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메르스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언제든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게 관광산업의 특징이다. ‘마냥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누가 담보할 수 있는가.”

✚ 호텔은 민간이 100% 운영하는 사업이다. 공급과잉을 시장 논리로 해석할 여지는 없는가.
“그렇다고 보는가. 절대 아니다. 정부가 떠밀고 있다. 신설 호텔에 혜택을 주고 있지 않은가. 용적률을 높이고 주차장 설치 기준은 낮췄다. 해외 경기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는 건설사들이 비싼 건물 짓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 이런 상황이라면 시장 논리가 들어갈 틈이 없겠다.
“당연하다. 업계는 이미 2014년부터 ‘과잉 공급’으로 봤다. 그럼에도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학교 앞에까지 호텔을 지을 수 있게 했다. 귀가 얇은 투자자들은 ‘학교 앞에까지 호텔을 지어야 할 정도로 여전히 호텔이 부족한가보다’라는 시그널로 읽는다.”


2010년 3월. 대한항공은 경복궁 일대 송현동에 관광호텔 설치를 신청했다. 교육청은 인근에 위치한 학교만 3곳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려했다. 소송으로 번졌지만 대법원은 ‘학교 앞 호텔 건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호텔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지켜졌던 순간이다. 하지만 오는 3월 이 합의는 깨진다.

호텔 짓는다고 수요 증가하나

✚ 정부는 관광호텔이 유해시설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학교 앞에 호텔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였다. 때문에 논란이 됐던 거다. 과거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에 호텔을 짓겠다며 낸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관광호텔이 학습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말로 필요하다면 우리 사회가 납득할 수 있게 공론의 장을 열었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 법안(남양유업 방지법)과의 딜’이었다.”

✚ 정부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그 안전장치는 유흥주점과 같은 ‘유해시설’ 설치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유흥주점이 없는 관광호텔이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근거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장치마저 언제든 풀릴 수 있다는 거다. 만약 나중에라도 이 관광호텔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유해시설 설치를 요구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면 1만7000명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했다. 지금의 정부가 이 1만7000명의 일자리를 외면할 수 있을까. 안전장치마저 풀릴지도 모른다.”

✚ 학교 앞이 아니면 호텔을 지을 곳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거짓말이다. 서울 전체 면적 대비 학교 용지의 면적만 해도 3%가 채 되지 않는다. 부지가 부족하다는 통계를 제시한 적도 없다. 사실 이전에도 학교 앞에 호텔을 지을 수 있었다. 정진후(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에 호텔 신축을 신청한 285건 중 58.2%인 166건의 호텔 건립이 허용됐다.”

✚ 그렇다면 정부와 업계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올바른 경제ㆍ관광활성화 정책은 호텔의 개수를 늘리는 게 아니다. 역사와 문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관광 콘텐트를 늘려야 ‘숙박 수요가 증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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