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국면 수혜자는 누구인가

▲ 저유가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원유 가격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주유소를 원망한다. 기름을 넣다 보면 울컥하기 십상이라서다. 과연 주유소 사장 탓일까. 그렇지 않다. 유류세를 걷어 나라 곳간을 채워야 하는 정부, 영업이익을 남겨야 하는 정유사의 문제가 더 크다. 욕 먹는 × 따로, 돈 버는 × 따로라는 거다.

“저유가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는데 왜 휘발유 값은 떨어질 생각을 안 하냐.” 주유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비자의 푸념이다. 저유가 국면치곤 높은 휘발유 가격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주유소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조원. 지난해 국내 정유사(SK이노베이션ㆍGS칼텍스ㆍ에스오일ㆍ현대오일뱅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총액이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정유사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 정유업계가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같은 기름을 취급하는 주유소의 사정은 어떨까. 845개. 지난해 국내 주유소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의 숫자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있는 약 1만2000곳의 주유소 중 845곳(폐업307곳ㆍ휴업538곳)이 문을 닫았다. 국내의 전체 주유소 가운데 7%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셈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30)씨는 “사람들은 휘발유 가격이 높다고 주유소에 불만이지만 정부와 정유사의 세금놀음, 가격놀음에 등골이 휘는 건 소비자나 우리나 마찬가지”라면서 “원래 주유소 2곳을 운영 중이었는데 하나는 임대 주고 남은 하나도 문을 닫을까 고민 중이다”고 토로했다. 주유소도 호황일 줄 알았는데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울상이다.

최씨는 정유사에 휘발유를 L당 1240원에 들여와 1309원에 판다. 중형차 기준(60L)으로 가득 채웠을 때 약 4000원이 남는다. 여기서 고정비와 변동비를 빼면 손에 쥐는 금액은 미미하다. 2013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1.8%다. 한국주유소협회 분석에 따르면 1.02%로 더 떨어진다. 일반 소매업이 6.1%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영업이익률이다.

영업도 폐업도, 주유소 몫은 없다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높은 이유는 유류세에 있다. 올해 2월 첫째 주 기준 국제 휘발유(싱가포르 현물) 가격은 L당 333원.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가 공급한 휘발유 가격은 391원이다. 여기에 유류세를 더하면 1251원(정유사 공급가)으로 치솟는다. 유류세의 비중이 60%가 넘는 셈이다. 정유사와 정부에 쏟아져야 할 여론의 질타를 주유소가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맘놓고 주유소를 폐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폐업비용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를 폐업하는데 약 1억~1억5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폐업 비용이 없어 휴업상태로 방치된 주유소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업신고를 하지 않은 곳도 많아 실제로 문을 닫은 곳은 더 많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장사가 안 돼 폐업을 하겠다는데 그것마저도 사장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한 상황도 있다. 휴업 중인 주유소 가운데 일부는 기름 살 돈이 없어 문을 닫게 됐다는 거다. 저유가라고 난리인 판국에 참 아이러니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언제까지 주유소를 앞세워 기름값의 진실을 은폐할 건가. 답은 정부와 정유사만이 알고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