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수직증축 논란

▲ 국토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 건물에 한해 내력벽 철거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의 내력벽을 허물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최근 수직증축이 가능한 리모델링 건물에 한해 내력벽을 허물어도 되는 기준을 만들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올 3월까지 관계법령을 개정, 공포하겠다는 게 정부의 플랜이다. 리모델링 활성화가 이유지만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수직증축 가능 평가등급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 거주자들이 선호하는 평면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1월 2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내용 가운데 일부다. 쉽게 설명하면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기존엔 세대 간 내력벽을 철거할 수 없었지만 법을 개정해 철거 가능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논란이 만만찮다. 일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까’하는 우려를, 일부는 ‘되레 리모델링 활성화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어서다. 사실 안전성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사전적 의미의 내력벽이란 ‘건물의 하중을 견뎌 내거나 분산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 중 하나’로 ‘단순히 칸을 막기 위해 블록이나 벽돌로 쌓은 벽과는 구분되는 벽’이다. 건물의 뼈대와 같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내력벽의 구조를 안전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변경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토부가 지금껏 내력벽의 구조변경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봉문 목원대(도시공학) 교수는 “국토부가 그동안 내력벽 철거를 반대해왔던 이유를 뒤집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안전을 생각한다면 결코 서두를 문제가 아닌데도 몇개월 만에 시행령을 개정해 내력벽 철거를 허용한다는 건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아파트 리모델링을 원하는 조합과 리모델링 업계에서조차 국토부의 입법예고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지난 2월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활성화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국토부의 입법예고 내용을 비판했다.

건물구조 분야 전문가로 참석한 임철우 건축구조기술사(아이스트리엔지니어링 대표)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시 건물의 성능은 잠시 저하될 수 있지만, 공사 과정에서 충분히 보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존 건물의 성능은 더욱 향상된다”면서도 “하지만 국토부의 개정안은 ‘안전진단에서 수직증축 가능 평가 등급을 유지하는 범위 내’로 내력벽 철거 기준을 한정하고 있어 원래 수직증축이 가능한 건물들도 내력벽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판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력벽 철거를 했을 때에도 안전진단 등급 평가에서 수직증축이 가능한 기준(B등급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면 내력벽 철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직증축이 가능했던 B등급 건물의 수직증축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결국 국토부의 내력벽 철거 허용은 안전성을 담보하지도, 실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담보하지도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얘기다. 익명의 한 건축공학 전문가는 “국토부는 지자체가 안전진단기관에 의뢰해 제출받은 결과보고서에 따라 수직증축이 가능한 등급인지 평가하도록 했다”면서 “건설현장 감리도 제대로 안 되는 현실에서 등급 매기기가 자칫 업체들의 로비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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