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밀리느냐 버티느냐 조선업 기로에 서다
[심층분석] 밀리느냐 버티느냐 조선업 기로에 서다
  •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 호수 180
  • 승인 2016.03.04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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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한국 조선업 빨간불

▲ 한국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부진에 있다.[사진=뉴시스]
조선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10%를 책임지던 효자산업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불황의 먹구름이 끼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의 손실이 결정타였다. 일부에선 조선산업이 회복하기 어려울 거라는 냉소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 조선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있다. 조선업, 희망을 놓아선 안 된다.

한국 기업이 전 세계 1위부터 3위까지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조선업이다. 한때는 1~7위까지 한국기업이 차지했으며 수출 1위 품목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NG선ㆍ초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한국의 조선사들이 사실상 독주를 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적인 위상에 비해 한국 조선업의 역사가 짧다는 것이다. 1950년대까지 한국의 조선산업은 목선 건조가 주를 이뤘고 1960년대까지도 기술은 매우 뒤처져 있었다.

1968년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에 뛰어들었을 당시 한국 조선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조선업은 197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다. 1973년 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를 시작으로 1975년 현대미포조선, 1978년 대한조선공사(현 대우조선해양)가 옥포에 도크(dockㆍ선박 건조시설)를 완공했고 1977년 삼성은 ‘우진조선소’를 인수했다.
한국 조선업 역사에서 현대중공업의 탱커 수주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1973년 그리스 선주로부터 2척을 수주 받았지만 기술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 조선업의 독자 설계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설계기술 확보 노력은 1983년 2만5000t 벌크선의 기본설계를 독자 개발하며 빛을 발했다. 이 선박은 향후 각종 대형 선박 독자 설계의 시작과 함께 세계 시장 진입의 초석이 됐다. 이에 따라 1988년 한국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의 조선강국으로 발돋움 했고 2003년에는 수주량ㆍ수주잔량ㆍ건조량 3개 부문 모두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는 국내 조선업에 최악의 한해로 기록됐다. 현대ㆍ대우ㆍ삼성 등 상위 조선사의 지난해 영업 적자는 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소 조선업체인 STX와 성동SPP조선 등은 채권 관리에 들어갔다. 대형 업체의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축소는 물론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으로부터 빼앗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게 됐다.

조선업 부진의 이유로는 글로벌 경기둔화를 꼽고 있다. 하지만 더욱 핵심적인 원인은 해양플랜트에 있다. 해양플랜트는 2010년 전후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은 거위’였다.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기존 상선 수주 부진을 대체할 사업으로 해양플랜트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사업 경험이 부족했다. 게다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건조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상승했고 설계 경험 부족도 추가 비용을 발생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마저 하락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의 매력이 크게 감소했다. 결국 계약 취소와 인도 지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최근 해양플랜트 관련 리스크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올해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기 넘으면 기회 밀려올 것           

문제는 주변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1위 자리를 뺏긴 일본은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경쟁력 회복을 꾀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노동 중심적이라는 조선업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시각은 다르다. 조선업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서 기술집약적인 첨단 산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초기 유조선 등 단순 선박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조선 산업은 값싼 노동력과 일정 수준의 자본만 있으면 육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선박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아울러 배를 만드는 기술도 중요해졌다. 환경과 안전 규제 강화에 따라 연비 등 친환경 선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설계가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례로 한국의 강력한 경쟁국 중국은 연구ㆍ개발(R&D)을 통한 설계기술 향상보다는 설계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를 부추기고 있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수직계열화해야 높일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조선사는 제조 단가 급등과 품질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조선업에 기회가 열려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산업의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은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면 다가올 호황기에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조선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과거 일본에 주도권을 뺏긴 유럽이나 1973년과 1979년 석유파동의 어려움을 넘기지 못해 한국에 주도권을 뺏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우리는 이미 해양플랜트 사업에 도전하면서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다. 한국은 조선산업에 필요한 철강ㆍ화학ㆍ전기ㆍIT 등의 산업에 높은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위의 경험과 이에 따른 기술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산업이 지닌 가장 큰 경쟁력이다.

중국 경쟁력 약해질 가능성 높아
           

더구나 우리는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체는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선박은 131척으로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2위~4위 역시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현대삼호중공업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은 다시 업계 1위의 지위를 찾을 것이다. 한국의 수출 산업은 이미 중국ㆍ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부디 한국의 조선산업이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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