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의 파급효과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 7개월 만에 담합 의혹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의 반발로 해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은행과 공정위의 기싸움에 애먼 금융소비자의 주머니만 털렸다는 것이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발생한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사진=뉴시스]

2012년 7월, 직장인 A(43)씨는 뉴스를 보다 분통을 터트렸다. 시중은행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A씨는 부랴부랴 계산기를 찾았다. 2011년 초 아파트를 구입할 때 시중은행에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출조건은 적용 금리 4.96%, 20년납 원금일시상환이었다. A씨가 매달 납부한 이자는 83만원가량이다.

만약 시중은행이 CD금리를 담합했다면 A씨는 얼마나 손해를 봤을까. CD금리 담합으로 시중은행이 0.1%포인트 금리를 올렸다면 A씨는 매월 2만원 정도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0.2%포인트를 올리면 월 3만원의 이자를 더 낸 것이다. 1년으로 따지면 각각 24만원, 36만원이다. 적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이자가 0.1%포인트라도 낮은 은행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판 A씨는 가슴이 무너졌다.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 사건이 논란을 일으킨 지 3년 7개월 흐른 2016년 2월에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사건은 2012년 7월 시작됐다. 공정거래 위원회는 2012년 상반기 회사채ㆍ국고채 등 지표금리의 하락세에도 CD금리가 내려가지 않자 시중은행의 금리 담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9곳과 증권사 10곳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실제로 2011년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포인트에서 3.25%포인트로 조정한 이후 주요 지표 금리와 CD금리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11년 6월 3.66%였던 국고채(3년물) 금리는 하락세를 기록했고 2012년 6월 3.29%까지 떨어졌다. 1년 사이 0.3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회사채도 비슷했다. 같은 기간 4.40%에서 3.87%로 0.53%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CD금리는 3.53%에서 3.54%로 오히려 0.1%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CD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이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CD금리가 시중은행의 단기자금 조달 창구이면서 동시에 가계와 기업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CD금리 담합 의혹이 제기된 2012년 6월 말 기준 가계 대출 규모는 649조8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CD금리 연동 대출의 규모는 잔액기준 47.6%로 309조3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이 CD금리를 0.1%포인트만 더 올려도 연간 3093억원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3년 7개월 만에 결론난 담합 조사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담보대출 규모는 457조9000억원이었다. 같은 비율로 계산했을 때 CD금리 연동 대출 규모는 217조9600억원, CD금리 0.1% 인상 시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 규모는 연간 2179억원이다. 상호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ㆍ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제외한 예금은행의 대출규모로만 따져도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는 얘기다. CD금리 담합 의혹을 증폭시킨 것은 금리를 결정하는 방법에도 있었다. CD금리는 7대 시중 은행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D를 발행하면 10개 증권사에서 하루 두 차례씩 금리를 평가하고 이 가운데 최고치와 최저치를 뺀 8개의 평균값으로 결정된다. CD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이 7개에 불과해 몇몇 은행이 CD를 높거나 낮은 금리로 발행하면 CD금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담합 잠정 결론을 낸 공정위는 KB국민은행ㆍ신한은행ㆍ우리은행ㆍ하나은행ㆍNH농협은행ㆍ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6개 은행에 CD 금리를 담합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해당 은행의 의견서를 받은 뒤 3월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담합 의혹을 받는 시중은행은 즉각 반발했다. 대형 로펌까지 선임해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D금리를 내리지 않았다면 예금 이자도 그만큼 많게 준 것”이라며 “CD금리 담합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크지 않은데 왜 리스크를 지고 담합에 나서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CD금리 담합 의혹 불똥이 피해자인 금융소비자에게 튄다는 데 있다. 만약 금리 담합 의혹이 사실이라면 A씨처럼 낼 필요가 없는 이자를 꼬박꼬박 은행에 바친 꼴이 된다. 피해금액이 4조1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7월 담합으로 CD금리가 다른 채권금리보다 적게 하락해 총 4조1000억원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며 “총 500만명의 금융소비자가 CD금리 담합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이번 담합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한 대책을 즉각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문학적인 CD금리 담합 피해액

또한 손해 배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사에 3년 7개월의 시간을 끌면서 여론이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CD금리 담합 이슈가 절정이었던 2012년에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국민검사 청구할 때도 참여한 금융소비자는 205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담합으로 결론난다고 할지라도 소송과 재판에 오랜 시간이 걸려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CD금리를 담합했다고 결정이 나도 실질적인 보상을 받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단체소송의 경우 피해자를 모으는 게 쉽지 않고, 개인소송은 이길 확률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재판의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게 기본”이라며 “담합이 사실로 밝혀져도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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