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안전한 금융상품 있을까

▲ 그 어떤 금융투자도 100% 원금을 보장할 수는 없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ELS가 ‘원금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표 금융상품으로 인식돼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투자는 없다. 원금을 100% 보장하는 금융상품도 사실 없다. 금융상품 판매자들의 감언이설에 이끌려 투자를 해선 안 된다는 거다.

최근 눈에 띄는 TV광고가 있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등장하는 커피 광고다. 거기서 조지 클루니는 한 여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커피 ○○인가요?” 그러자 그 여인은 “What else?”라고 답한다. 그리고 광고 후속편에서 ‘What else?’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를 의미하는 거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직업 탓일까. 자꾸 광고에서 “어떤 ELS?”라고 묻는 것 같아 쓴 웃음을 짓게 된다.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이 주식시장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다양한 ELS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ELS로 인해 투자자들이 원금손실을 볼 거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ELS는 원금손실을 최소화한 상품으로 유명한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일단 ELS가 인기를 끈 배경부터 살펴보자. 증권사나 은행을 방문하면 열에 아홉은 금융상품 가입 권유를 받는다. 해당 직원들은 월급쟁이이고, 열심히 회사의 금융상품을 팔아야 할 의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요즘 고객들은 금융사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동양사태, 중국펀드 몰락 등으로 인한 손실이 대표적이다.

상품 판매가 어려워졌으니 판매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ELS는 펀드나 보험보다 훨씬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일정 요건만 충족되면 원금손실은 보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금리 상황이라면 투자자는 굳이 이름도 어려운 ELS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안전한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저금리 상황에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기초자산(주식ㆍ통화ㆍ일반상품 등) 가격이 30~50%까지 하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만 충족하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ELS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건 이 때문이다. 게다가 조기상환옵션(조기상환 평가일에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상품운용이 끝나 수익금을 지급하는 것)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ELS 신화 누가 무너뜨리나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도 나쁠 게 없다. 대세 상승장이라면 주식형 펀드나 직접 주식투자를 하면 되지만, 증권사는 최근 주식시장 불황과 펀드 판매 감소(특히 주식형)로 인해 수수료 수입이 줄고 있다. 그런데 ELS는 단기간에 수익이 난다는 경험을 통해 신규 가입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으니 판매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저금리 상황과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ELS의 성장에 기여한 셈이다.

문제는 ELS 판매자들이 ‘원금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라는 식으로 유혹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투자 위험이 따르지 않는 금융상품은 없다. ELS도 마찬가지다. ‘기초자산 가격이 30~50%까지 하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은 보장할 수 없다.

결국 ELS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결코 일어날 것 같지 않던’ ELS의 원금보장 요건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더구나 저금리 상황에서 기초자산은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판매자들은 조기상환옵션을 이용, 지속적인 ELS 판매를 위해 재가입을 유도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

그럼 이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2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의견을 내놨다. “2년 후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97%에 달하기 때문에 그동안 원금손실 회복이 가능하다.” 당분간 ELS를 팔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이다. 물론 그 판단이 옳은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다만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투자처로 갈아타야 한다’면서 끝까지 상품만 팔려 애쓰는 판매자들의 얘기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투자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판매자들을 원망하기보다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어?”라는 낙관론은 주식시장에서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검은 백조(black swanㆍ예기치 않은 대재앙)’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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