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와 개미는 왜 상극일까

“금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투자전략이다.” “주가하락으로 개미투자자의 손실을 키우는 필요악이다.”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매도 세력과 개미가 서로 상반된 투자전략을 구사하니, 한쪽이 수익을 올리면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공정하지 않은 게임의 룰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 공매도의 증가로 개미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내가 사는 주식은 떨어진다.” 개미투자자가 가장 크게 공감하는 말이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는 개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는 건 매수 타이밍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를 대로 오른 주식을 샀으니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잘못은 투자종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투자자의 몫이다. 하지만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종목이 속절없이 하락세를 기록한다면, 혹은 하락세를 예상했지만 낙폭이 과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주가를 결정하는 시장의 상황, 투자기업의 펀더멘털 이외에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근 개미투자자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공매도空賣渡’는 이런 변수 중 하나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파는 것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기업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서 차익을 올리는 주식매매 기법이다. 일례로 A기업의 주가가 1만원이라고 치자. 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자 공매도 세력은 A기업의 주식을 빌려 1만원에 판다. 예상대로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지면 그때 주식을 매입해 갚고, 2000원의 수익을 주머니에 챙긴다.

공매도는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내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전혀 다른 투자전략이다. 주가가 하락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주식가격을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반영한다는 장점도 있다. 공매도를 통해 기업가치에 비해 높게 측정된 주식을 적정가격으로 조정하는 기능이 있다. 거래되지 않는 주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유동성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투자리스크를 헤지(hedgeㆍ상쇄)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라며 “저평가된 주식은 사고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게 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내는 개미투자자와는 정반대의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런 장점에도 공매도는 도마에 오른 일이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가 주가 폭락의 원흉으로 지목되자, 금융위원회가 시장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한 것은 대표 사례다.

공매도 탓에 눈물 흘리는 개미들

실제로 공매도의 한계는 뚜렷하다. 무엇보다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은 개미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개미투자자에게 공매도 세력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공매도 거래금액과 대차잔고가 크게 늘고 있어, 공매도 증가에 따른 주가하락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공매도 거래금액은 6조9988억원으로 거래대금의 7.33%를 차지했다. 2008년 6월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치다. 대차잔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 대차잔고는 56조93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42조7000억원에 비해 14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개미투자자는 대차찬고 증가가 공매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차찬고는 결산과 배당으로 연말에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실제로 지난해 12월 42조원이었던 대차찬고가 최근 56조원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차잔고의 증가는 공매도를 위한 실탄 확보로 볼 수 있다”며 “박스권 증시와 맞물려 공매도 거래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면 개미투자자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 공매도가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개미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위해 주식 매수에 나서도 증시의 큰손으로 불리는 외국인투자자와 기관이 공매도에 나서면 주가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공매도 세력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루머를 퍼트리는 등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세력을 향한 불만이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의 불공정한 거래 형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개인투자자도 증권사에 일정한 보증금을 예치하면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

공정하지 못한 투자룰 고질병

이준서 동국대(경영학부) 교수는 “개인투자자도 증권사에 보증금을 내고 주식을 빌리는 대주 거래 형태의 공매도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증권사에서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주식의 물량과 수가 한정돼 있어 공매도가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문제다. 개미투자자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주가 하락을 예측해야 하는 공매도 거래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는 제아무리 개인투자자를 위한 정보 공시를 강화해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학술적인 면에서는 공매도의 긍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보고 있다”면서도 “국내에서는 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고 공정하지 못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서 교수는 “사실 모든 문제는 과한 공매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개별 종목의 일정 비율 이상은 주식을 대여하지 못하게 상한선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도 외국인과 기관처럼 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하지 못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매도를 비판하는 개인투자자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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