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진짜 문제

▲ 공매도 세력이 임의로 주가를 조종할 권리는 없다.[사진=아이클릭아트]
실적이 좋고, 재무구조도 탄탄하며, 미래 성장가능성도 갖춘 기업이 있다면 누구든 ‘Buy’를 외칠 거다. 그럼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럴 때는 공매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가 상승 요인을 억누르는 공매도의 ‘보이지 않는 힘’을 살펴봤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 지난 2월 11일 A증권사 리포트는 셀트리온을 이렇게 평가했다. “유럽에서 셀트리온의 복제약이 기존 약품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판매량은 7배나 올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셀트리온의 복제약을 허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후속 복제약들이 선진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명히 호재였다. 예상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전년보다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잠정실적을 발표하기 5일 전이었던 만큼 실적에도 거품이 많지 않아 보였다. 이 리포트는 셀트리온 주식에 ‘Buy’ 의견을 냈고, 목표 주가로 15만원(당시 11만3200원)을 제시했다. 거래량(2월 둘째주 기준)이 늘어났다. 100만건 내외로 거래되던 셀트리온 주식은 호재가 나온 2월 11일 400만건 이상, 다음날엔 600만건 이상 사고 팔렸다.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랬을까. 아니다. 이튿날인 12일 주가는 되레 1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로부터 4일 후인 16일 양호한 실적이 발표됐음에도 주가는 10만원대(17일)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유는 공매도에 있었다. 11일과 12일의 공매도는 30만~40만건이었다. 비율로는 전체의 약 6~7%에 불과했지만 전체 거래량이 늘면서 공매도 역시 2~3배 늘었다는 걸 감안하면 공매도가 주가 상승 여력을 막은 셈이다.

물론 “셀트리온의 실적과 주가에 일부 거품이 있었고, 공매도에 의해 거품이 빠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완전히 판매되지 않은 제품도 매출로 잡는다는 지적을 받은 건 한두번이 아니다. ‘미국 FDA의 복제약 승인 가능성’이라는 호재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었기도 하다. 2014년 10월 8만4500원을 맴돌던 이 회사의 주가가 그해 말 11만원대까지 오른 건 이 때문이다.

게다가 2014년 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9.13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9.74배에 달했다. 문제는 기업의 주가가 시장이 아니라 공매도 세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게 정상적이냐는 거다. 공매도 세력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익명의 한 투자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공매도를 하는 이들을 작전세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금 상황에선 증명할 방법도 없다. 다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주식시장에 존재하고, 공매도를 개인투자자가 아니라 기관이 주도한다는 건 문제다. 불공정한 시장이라는 얘기라서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조심하라고 개인투자자에게 주의를 주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최소한 누가 공매도를 하고 있는지는 공개해야 한다.” 2013년 악성 루머에 주가가 하락하자 “공매도 세력을 수사해 달라”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목소리가 지금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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