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의 큰손 외국인

▲ 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건 정보력과 자금력 때문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공매도를 쥐락펴락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외국인일 것으로 짐작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차거래(공매도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를 통한 주식 차입 비중이 전체의 68.53%니까, 공매도 역시 비슷한 비중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는 한달간 공매도에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사실일까.

올해 2월 한달간 거래된 주식은 60억7236만주, 거래대금은 82조8765억원이었다. 이 중 공매도 규모는 1억7665만주, 5조9542억원이다. 주식 수로는 전체 거래량의 약 2%, 거래대금으로 따지면 5%가량이다. 언뜻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우습게 봐선 큰코다친다. 전문투자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아니면 공매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참여자가 한정적인데, 그만큼이라면 규모가 작지 않다는 거다.

그렇다면 공매도를 주로 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지난 2월 한달 동안 이뤄진 대차거래의 참여자별 비중을 살펴보면 어림잡을 수 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오간 주식의 일부 또는 대부분은 공매도에 쓰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주식 차입자(대차거래)의 비중은 외국인 68.53%, 내국인 31.47%였다. 내국인은 증권사 25.29 %, 자산운용사 4.96%, 기타기관 0.72%, 은행 0.49%, 연기금 0.01%였다.
 
외국인의 비중이 내국인보다 2배 이상 높다. 공매도세력 대부분이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물론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량을 정확히 따져볼 순 없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공매도 거래규모 및 금액에 대차거래의 차입자 비중을 곱하면 된다. 지난 2월 한달간 모든 차입자의 주식이 공매도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외국인이 공매도한 주식수는 약 1억2012만주(1억7665만주×68.53%), 거래대금은 4조488억원(5조9542억원×68.53%)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2월 한달간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내의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는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던 걸까.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가 너무 많다는 거다. 정보력이 빈약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개미투자자들이 작은 정보에 휩쓸리다 보니, 공매도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런 문제 탓에 외국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 쉽고 국내 투자자는 뒷북을 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둘째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외국인 투자자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외국자본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몇년간 국내 외국인 보유주식의 비율은 30% 중반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위상이 국내시장에서 얼마나 탄탄한지 엿볼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외국인 투자자는 유동성이 풍부해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흔드는 건 어쩌면 식은 죽 먹기”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가 이뤄지는 종목에서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매도의 문제점을 검토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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