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도로 위에서는 극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판단능력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자율주행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흔들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빨리 ‘도로 위’를 맘놓고 질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동차 운전은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인공두뇌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수 이세돌을 이긴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거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핫 이슈는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란 말 그대로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차다. 자율주행차에는 센서, 반도체,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해 대상의 거리ㆍ형체 등을 측정하는 기술) 등 각 분야의 신기술이 집약돼 있어 완성차업체부터 IT업체까지 주목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열리는 글로벌 모터쇼, 전시회 등에서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전시회 CES에서는 글로벌 완성체업체와 IT업체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율주행차는 일상 생활과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운전면허와 택시기사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부터 배송ㆍ운송 등 산업 전반에까지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자동차 시장은 큰 수혜가 예상된다. 당장 자율주행차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기존 차량의 안전성을 높일 시스템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IT업체들이 사활을 건듯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구글카’다. 구글카는 지난 6년간 약 300만㎞를 달렸다. 그동안 17번의 사고가 있었지만 구글카의 과실은 단 한번도 없었다.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달려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증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엔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국내 처음으로 자율주행차 실제도로 시범운행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자율주행차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지난 2월 14일 일어난 구글카의 접촉사고가 시작이었다. 구글카는 18번째로 난 사고에서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했다. 도로 위의 모래주머니를 피하려고 차선을 변경했다가 다시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버스가 멈출 것으로 판단해 그대로 들어갔다가 추돌로 이어졌다. 구글이 자신들의 과실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자율주행차의 안정성 논란에 불씨가 붙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자율주행차의 판단능력이다. 도로위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단순히 센서에 의존한 대처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는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가령, 폭설이 내리거나 신호등이 고장 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교통경찰관의 수신호를 알아볼 수 없다. 게다가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와 ‘무언의 교감’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운전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교통상황을 인지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라는 거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율주행차가 윤리적 판단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탑승자와 보행자, 소수와 다수의 보행자가 동시에 위기에 처한 상황이 있다. 이 가운데 ‘누구의 생명이 우선인가’라는 윤리적 판단을 자율주행차가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구글사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연달아 이기며 화제가 됐다. 그동안 바둑은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었다. 지난 13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로부터 항복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인공지능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로 올라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바둑과 달리 자동차를 운전하는 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기술적 문제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 법적ㆍ제도적 개선은 물론 복잡하고 세분화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분명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 때문에 더욱 확실하고도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 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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