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소득절벽

▲ 청년들이 대학을 나오고도 안정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소득이 처음 감소했다.[사진=뉴시스]
봄이다. 자연의 봄을 들녘 새싹에서 본다면 인간세계의 봄은 각급 학교에 갓 들어간 새내기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에서 느낀다. 그런데 요즘 대학가에선 그런 여유와 낭만을 찾아보기 힘들다. 원하던 대학에 들어간 기쁨도 잠시, 1학년 때부터 취업을 걱정하며 학점 관리에 신경 쓴다. 토익 점수 올리기와 스펙 쌓기에 집중하며 동아리 가입도 부담스러워한다.

대학가의 이런 신풍속도는 10%에 육박한 청년실업률과 300만명을 넘어선 고학력 백수 통계로 입증된다.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2%. 1999년 통계 기준이 바뀐 이래 최고치다. 그나마 취업에 성공한 청년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신규 채용된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중은 64%로 2009년(54%)과 비교할 때 6년 만에 10%포인트 높아졌다.

대학을 나오고도 안정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거나 대기업 공채, 대학원 진학 등을 위해 취업을 미루거나 구직 자체를 단념하는 청년들도 급증했다. 이들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자로도 잡히지 않아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고학력 백수인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말 334만명으로 2000년(159만명)과 비교해 15년 사이 두배로 불어났다.

대졸 백수가 넘쳐나고 청년실업률이 두자릿수에 육박하자 끝내 2030세대의 가계소득이 처음 감소하는 결과를 빚었다.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계의 지난해 월평균소득이 431만원으로 1년 전보다 0.6% 줄어든 것이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소득이 줄어든 이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월평균 가계지출이 335만원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아직 내 집을 장만하지 못한 연령대에서 전ㆍ월세 비용이 급증하자 씀씀이를 줄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처음 출현했다. 2030세대에서 ‘헬조선’이란 분노 섞인 외침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소득 감소→지출 감소,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될까 걱정스럽다. 청년 빈곤층 양산은 계층간 갈등과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더구나 내년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하는 인구절벽 시대가 닥친다. 젊은층의 노인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인데 2030세대의 살림이 오그라든다니 우리 미래사회의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며, 청년은 그 사회의 미래다.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사회를 이끌어야 할 주역들이 열심히 일을 해도 소득이 늘지 않는 현실을 우리 사회가 외면해선 안 된다. 시간제 알바생들에게 적어도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캠페인이 요구된다. 정규직을 채용할 여유가 있는데도 인턴과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것도 삼갈 일이다. 노동시장이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보다 기간제, 파견, 용역 등 저임금ㆍ불안정한 일자리로 재편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젊은층의 취업난과 소득감소는 청소년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초ㆍ중ㆍ고교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오래 일할 수 있고 연금이 나오는 등 안정적인 공무원과 교사가 많다. 심지어 건물주나 정규직을 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조물주보다 높은 것이 건물주’라는 썰렁 개그까지 등장했을까. 청년에 이어 청소년까지 꿈과 도전정신을 잃은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일제 강점기의 저항시인 윤동주를 그린 영화 ‘동주’가 인기다. 비슷한 시기에 소설가 겸 언론인 민태원은 피 끓는 정열과 원대한 이상, 건강한 육체를 들어 청춘을 찬미하고 격려하는 수필 ‘청춘예찬’을 썼다. 이 땅에 다시 청춘예찬을 울려퍼지게 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이 축소지향적 삶을 살도록 방치하지 않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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