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혁노의 생활 속 재무설계 | ISA 손익 계산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전 정책 상품에 비해 가입대상과 납입한도 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상품교체까지 가능해 소장펀드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자칫하면 일반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

▲ 국내 금융회사가 치열한 ISA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ㆍIndividual Savings Account) 열풍이 불고 있다. 은행과 증권가가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상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자동차ㆍ백화점 상품권ㆍ여행상품권 등 각종 경품을 내걸고 손님 모시기에 나서면서 마케팅 과열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ISA의 특징은 하나의 계좌에 여러 상품을 담아 두고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예금ㆍ적금ㆍ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계좌를 통해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와 비슷한 개념이다.

가입 대상은 노동자ㆍ사업자ㆍ농어민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이다. 주부나 은퇴자처럼 소득이 없는 사람은 불가능하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사람도 제외된다.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ISA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ISA가 주목 받는 이유는 세제혜택에 있다. 과거에 시행했던 세제혜택 방식은 특정 상품에 가입하거나 상품이 있는 계좌에 혜택을 줬다. 반면 ISA는 계좌 자체에 비과세 혜택을 줬다. 예금ㆍ적금ㆍ펀드ㆍ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상품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ISA는 비슷한 세제혜택이 있었던 재형저축,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가입대상의 확대다. 재형저축과 소장펀드는 소득을 기준으로 가입 자격을 부여했다. 특히 소장펀드는 개인사업자 등 자영업자가 가입할 수 없었다. 소득이 있고,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미만이라면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는 ISA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둘째, ISA의 납입한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의 납입한도는 각각 연 600만원, 연 12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ISA는 연 2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어, 목돈 마련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다양한 상품을 교체ㆍ편입할 수 있다. 사실 세제혜택만 두고 보면 ISA는 두 상품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소장펀드의 경우 연간 납입액의 40%까지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령 연간 납입한도 600만원을 모두 채우면 240만원의 소득공제가 된다. 재형저축은 이자와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반면 ISA는 의무가입 5년 동안 발생한 수익 중 200만원까지만 비과세다. 200만원을 초과한 수익에는 9.9% 분리과세 된다. 세제혜택만 보면 분명히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이 유리하다.

금융시장에 부는 ISA 열풍

하지만 ISA의 강점은 세제혜택의 단절 없이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장펀드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다. 소장펀드는 중간에 펀드를 갈아탈 수 없어 펀드 수익률 하락에 따른 손해를 ‘먼 산 불구경하듯’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ISA가 완전무결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입기간이 길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선 최소 5년 동안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중도인출할 경우 절세혜택이 사라지고 투자수익과 이자에는 15.4% 세금이 떨어진다.

투자할 만한 상품이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특히 국내 주식은 자본차익 과세가 없고 해외주식 펀드는 해외주식전용 비과세 펀드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ISA를 활용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인 1계좌만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금융회사를 선택할지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증권사를 선택할 경우 ELS(주가연계증권)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ELS의 경우 발생한 수익이 배당소득으로 과세돼 많은 세금을 내왔기 때문이다. 은행을 선택할 때는 예금과 적금을 이용하는 게 좋다. ISA 투자상품의 경우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금과 적금에 한해서는 예금자보호 대상으로 분류돼 ISA를 통해 가입한 것과 기존 예금ㆍ적금을 합해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 좋은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신탁형 ISA의 경우 상품과 운용방법 등을 투자자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의 성향, 전문지식 수준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날 전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반상품에 투자해 이자소득세 15.4%를 내는 경우보다 손해가 클 수도 있다. ISA에 2000만원을 투자해 연 2.0%의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5년간 발생하는 수익은 200만원으로 발생하는 세금이 없다.

앞서 언급했듯 ISA는 의무가입 기간 5년 동안 발생한 수익 중 2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0.4%의 수수료가 발생, 5년간 40만원이 차감된다. 손에 쥐는 순이익은 160만원이다. 반면 같은 수익률인 연 2.0%로 일반 상품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세 15.4%를 제하고도 169만2000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 일반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꼼꼼히 살피고 비교해야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ISA를 출시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게 맞는 상품인지, 재무목표와 기간, 목적자금의 성격과 특성에 맞지 않을 경우 중도해지, 수익률 저하 등으로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열풍이 불고 있는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얘기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부원장 shn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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