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활황❸ 렌털 시장

▲ 소비자가 렌털시장을 찾는 이유는 목돈 마련의 부담이 적어서다.[사진=뉴시스]
5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허’ 번호판이 달린 자동차를 보면 이렇게 빈정거렸다. “어이, 렌터카네.” 지금은 그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허’ 번호판의 차량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수두룩해서다. 불황이 렌털의 가치를 바꿔놨다.

성남에 살고 있는 원모(28)씨는 올해 5월 결혼할 예정이다. 신혼집도 벌써 계약했다. 결혼 준비는 순조로웠지만 딱 한가지가 발목을 잡았다. 생활가전제품의 가격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던 그에게 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뭘 고민하는가? 렌털서비스를 이용하라.” 처음엔 탐탁지 않았다. 신혼살림인데 ‘새것’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렌털 사이트를 둘러본 원씨의 마음은 갈대처럼 금세 바뀌었다. 생각보다 렌털 상품이 다양하고 서비스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새것 같은 렌털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렌털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코웨이,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등 생활가전 렌털업체들의 누적 고객수는 약 800만명에 달했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0조6000억원 규모였던 개인 렌털시장은 2015년 16조9000억원으로 59% 커졌다. 매년 10~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렌터카와 정수기가 렌털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면서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젠 자동차 타이어 같은 소모제품부터 아이들 장난감, 의료기기까지 웬만한 건 모두 렌털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렌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 강남에서 렌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목돈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전체 비용을 고려할 필요 없이 매달 임대료만 내면 되니까 부담이 덜하다는 거다. 자동차의 장기렌털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장기렌터카는 보험료 등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소비자로선 1석2조다.

A씨는 “TVㆍ냉장고ㆍ세탁기ㆍ침대 등의 렌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보다 생활에 필수적이다. 아직 규모가 작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불황을 맞은 소비자의 성향이 ‘소유’에서 ‘실용성’으로 바뀌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내 것’이 아니더라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 좋다면 흔쾌히 사용하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렌털 시장이 불황 속 활황을 맞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렌털시장이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업체간 경쟁도 불붙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깜짝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소비자를 공략하는 렌털업체도 수두룩하다. 정수기 업체, 공기청정기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들은 아예 ‘코디(코웨이)’, ‘매직케어(동양매직)’, ‘내추럴매니저(쿠쿠전자)’ 등 관리서비스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렌털서비스는 ‘관리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면서 “새 제품을 구매했을 때 관리비용 등이 워낙 커서 요즘 소비자는 렌털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