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PR 효과

닷새 동안 치러진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바둑 대결에서 구글의 알파고가 승리했다. 혹자는 “최종 승자는 인간”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로 함박웃음을 터뜨린 곳은 구글이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는 물론 앞선 기술력과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PR했기 때문이다.

▲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가 수천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 4대1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세돌 기사는 “이세돌 개인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게 아니다”고 말했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최종 승자는 인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번 대국의 최종승자는 대회를 주최한 ‘구글’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수단으로 인공지능 바둑이라는 스포츠와 한국 시장을 톡톡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치러진 이번 대국의 정식 명칭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다. 이번 대국을 주최한 구글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통한 비즈니스를 시작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폰, 무인자동차 등 다양한 융합기술 서비스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4년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외부에선 구글이 이번 행사를 위해 20억원가량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생각보다 적은 금액인데, 이는 언론보도나 TV중계를 위해 대대적인 금액을 사용하지 않은 듯해서다. 실제로 구글은 기자회견과 대국 장면 등을 자체 매체인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참고: 기 개발 비용이나 이번 대회를 위한 시스템 운영 비용은 별도다.]

그렇다면 구글이 얻은 홍보효과는 얼마나 될까. 우선 홍보 노출 측면에서 살펴보자. 지난 8일 기자 간담회에 미국ㆍ중국 등 외신을 포함해 200여개 매체가 취재를 했다. 국내 방송 중계, 온라인 중계, 언론의 뉴스 보도 등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봤다는 얘기다. 특히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를 이긴 지난 13일 저녁 대부분의 방송에선 이를 톱으로 다뤘다. 게다가 다음날 전 일간지가 인간이 AI를 이겼다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대국 기간 중 일간지는 물론 인터넷 뉴스 등에 넘치도록 보도됐다는 얘기다.

방송의 경우도 마지막 대국은 공중파 3사와 종편 채널이 동시 중계를 했다. 이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한 생방송은 물론 언론 보도를 통해 다양한 기사를 생산했다. 이런 관심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 ‘Alpha go lee’를 검색하면 1145만건(3월 17일 기준)의 결과물이 쏟아진다. 이 중 뉴스 검색만 89만2000건에 달한다. 지난 9일 치러진 제1대국을 보기위해 구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림에 접속한 누리꾼은 8만여명을 기록했고 제1대국 영상의 조회수는 198만건(3월 17일 기준)을 넘어섰다.
 
이밖에도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각종 SNS를 통해 누리꾼이나 바둑 애호가간의 대국에 관한 소통량도 크게 늘어나 구글 딥마인드의 기술력을 알리는데 한몫했다. 이번 대국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예는 구글의 주가 변화다. 구글의 시가 총액은 대국전보다 약 58조원이 늘었다. 지난 15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A형과 C형의 시가총액이 대국 전인 지난 8일에 비해 각각 244억7000만 달러(약 29조1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알파벳 주식은 A형 보통주, B형 주식(비상장), C형 우선주 등 세 가지로 나뉜다. B형 주식은 공동창립자 등 초기 임원만 보유한 비상장 주식이고 A형, C형만 상장돼 있다.

물론 대국의 결과가 직접적인 주가상승의 요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력이나 구글의 미래가치를 높이 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거뒀다. 특히 구글이 딥마인드로 대표되는 AI 기술 개발의 상징회사로서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은 큰 효과라고 할 수 있다.
▲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구굴의 시가총액이 58조원가량 증가했다.[사진=뉴시스]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직접 수혜는 경기 중계와 기사를 통해 광고를 유치하고 시청률과 온라인 트래픽을 올린 언론사들이 누렸다. 간접 수혜를 입은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LG전자와 포시즌스(Four Seasons) 호텔이다. LG전자는 이세돌을 단독 후원했다. 그 결과, 이세돌은 LG전자 모바일폰 ‘G5’로고를 오른쪽 소매에, LG G 워치를 왼 손목에 차고 대국에 임했고 이는 대중에게 노출됐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포시즌스호텔도 구글 덕분에 일시에 국내외에 존재감을 알리게 됐다. 실제로 ‘alphago lee four seasons’으로 연관 검색을 하면 75만600건의 기사가 뜬다.

알파고, 이세돌, 포시즌스로 설정하면 더 많은 15만5000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여기에 부모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커져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국내 기원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다. 이번 대국이 바둑산업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이벤트가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적게는 1000만 달러(약 116억원) 많게는 1억 달러(약 116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수직 상승한 구글의 기업가치

경제가치에는 언론홍보를 통해 나타나는 홍보효과, 판매 증진을 비롯한 마케팅 효과, 관련 산업의 가치 창출 등을 포함한다. 이런 맥락에서 구글의 홍보효과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미래가치에 기여하는 측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바둑시장의 성장 등을 감안하면 홍보 가치의 3배에 이르는 3000억원 정도의 효과를 구글은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기업이 참여한 글로벌 이벤트에 맞먹는 경제적 가치다.

PR(홍보PublicRelations)은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PR은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한다.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 땅으로 들어가는 이벤트는 돈 자체는 크게 들지 않았지만 CNN 등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중계되면서 현대와 정주영 회장을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 PR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경영활동과 불가분의 관계다. 위기의 순간을 돌파하거나 지속가능한 성장에 치밀한 PR전략의 실행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구글의 전략적인 글로벌 PR활동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주호 collabo K 대표 jhkim@kpr.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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