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인사人事의 기준이 무엇인가. 대부분 “실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 실적이 좋은 사람은 늘 좋은 평가를 받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대체 뭔가. 실적이 기준이라는 데 왜 우리나라는 인사철만 되면 그리도 시끌벅적한 걸까. 답은 간단하다. 실적 뒤에 숨은 충성심이 인사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 과거 실적을 인사 기준으로 삼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사진=뉴시스]

요즘 정치권과 산업계를 휘몰아치고 있는 광풍, 이른바 ‘인사태풍’이 전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정치권은 4ㆍ13 총선과 관련한 후보공천작업을 세력 간 마찰과 갈등 속에서 진행하고 있고, 산업계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사실 인사만큼 어렵고 불공평하며 불가피한 게 없다. 경쟁자가 죽어야 내가 살고 내가 죽어야 경쟁자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를 뜻하는 아我에는 손 수手변에 무기 과戈를 붙인 것 같다. 나를 지키려면 손에 무기를 들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경쟁자를 뜻하는 타他에 사람 인人변에 뱀 야也자가 붙어 있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자는 차디차면서도 무서운 뱀이 옆에 와 있는 것과 같다는 뜻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뚜껑을 열릴 때까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사가 막상 단행되면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도 대우그룹 과장 시절, 입사동기들과의 승진경쟁에서 밀린 적이 있다. 필자 대신 경쟁자가 승진했을 때의 심정은 지금도 이루 말하기 어렵다. “내가 뭐가 모자란가”라는 자괴감이 들기까지 했다.

이런 감정을 느낀 게 어디 필자뿐이랴. 승진경쟁에서 밀린 대부분의 사람은 필자와 같은 좌절감을 맛봤을 게다. 정치권이든 산업계든 우리나라의 인사는 과거 실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성과평가ㆍ창의평가ㆍ여론평가ㆍ윤리평가 등을 본다지만 결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충성도가 인사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다. 그러니 탈락자가 승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과거의 필자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일로 인사를 진행하는 건 효율적일까. 필자는 A기업을 카운슬링하면서 다음과 같은 현상을 목도했다. 과거를 기준으로 인사를 실시한 이 기업의 경영실적이 되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선별된 자는 자만심을 가졌고, 그 자만심은 안일함을 불렀다. 또한 그 안일함은 미래의 성장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했다. 더구나 경쟁에서 밀린 능력 있는 직원은 A기업을 그만둬 손실을 낳고 있었다. 한마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셈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A기업 회장에게 인사 방침의 기준을 과거나 현재의 성과 또는 태도보다 해당 직원의 ‘잠재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잠재력은 모호하게 느껴지지만 개념은 명확하다. 미래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숨어 있는 자질이다.

A기업 회장은 필자의 권고를 받아들여 잠재력을 인사관리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았다. 실력ㆍ창의성ㆍ호기심ㆍ뚝심 등을 다각적으로 심사해 A기업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인사결과는 기존과 사뭇 달랐다. 하지만 이 인사가 단행된 날로부터 3년 후 A기업의 실적은 크게 성장했다. 잠재력이 충성도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라는 걸 잘 보여준 사례다. 필자는 과감히 정치권과 산업계에 요구한다. “잠재력을 인사관리의 첫째 모드로 삼아라. 또 그 잠재력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져라.”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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