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판 勞勞 갈등 이유

▲ 우리나라 건설 노동자들이 한정된 일자리를 사이에 두고 다른 노동자와 갈등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낮은 임금, 상습체불, 장시간노동, 열악한 복지….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 속에서 일용직 건설노동자는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엔 일감이 줄어 건설현장에 나가는 게 쉽지 않다. 건설현장에서 ‘노노勞勞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다. 어쩌면 건설판은 ‘안 싸우는 게 이상한 환경’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지난해 11월 16일. 강원도 양주 회천신도시 조성사업지구 내 기반시설 공사 현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 노조원들이 “양주지역 건설회사와 노동자들에게도 일할 기회를 달라”며 집회를 벌였기 때문이다. 장비와 인력을 공사 현장에 투입하고 있던 양주건설기계연합회는 “부당한 요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상적인 계약 절차를 거쳐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가 뭐냐는 거였다. 두 노동자 단체가 공사현장 일감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셈이다.

노동자와 노동자가 맞불 시위를 벌이는 건 여느 시위 현장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잦다. 노노勞勞 갈등이 건설판의 고질병이라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한정된 일감을 사이에 둔 노노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역대급 물량을 쏟아낸 건설업계가 수주 자체를 줄일 공산이 커서다.

최근에는 노노 갈등의 범위가 ‘외국인 노동자’로 번졌다. 요즘의 건설일용직 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와도 ‘일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금이 싼데다 불법체류자일 경우 4대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설노동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퇴직공제연보에 따르면 전체 퇴직공제 가입 건설 노동자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은 2010년도 5.7%에서 2014년 7.9%로 2.2%포인트 늘어났다. 퇴직공제에 새로 가입하는 건설노동자 중 외국인 비중은 12.0%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목소리는 또 다르다. 건설판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노동자 중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그 규모를 파악하지 못할 뿐이라는 거다.

문제는 이런 노노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거다. 윤철한 경실련 부동산팀장은 “건설현장 노노 갈등은 노동자간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숨은 원인은 ‘건설 노동자의 근로 환경이 불안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다. 시위 현장에서 노동 환경 개선을 요청해야 할 시간에 서로가 ‘일감을 달라’며 다투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다.”

실제로 건설노동자간 갈등을 유발하는 예민한 문제는 숱하게 많다. 고용불안, 낮은 임금, 상습체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복지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핵심에 ‘비정규직’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고용형태가 ‘일용직’의 형식이라서 고용이 불안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건설 노동자가 정규직이고, 실업상태가 되더라도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노동자간의 갈등에 주목할 게 아니라 더 큰 그림을 보고 개선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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