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線에 선 건설일용직

▲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기본적인 노동권리조차 찾아볼 수 없다.[사진=뉴시스]
빗물이 땅 속 깊이 스며들지 않으면 가뭄이 들게 마련이다. 가문 땅에 농작물이 자랄 리 없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건설노동 현장이 점점 척박해지고, 그곳에서 일하는 건설일용직들의 삶이 황폐해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5일 근무, 4대 보험조차 없는 1970년대 수준의 일터, 그게 바로 건설노동 현장이다.

‘1970년대 수준의 노동환경이 판치는 곳’.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볼멘소리도, 한 섞인 푸념도 아니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먼저 근무시간을 보자. 2008년 이후 모든 사업장으로 주5일(40시간) 근무제가 확대 적용됐다. 건설현장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주5일을 지키는 건설현장은 거의 없다.

전국건설기업노조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 노동자의 근무시간은 월 평균 220시간. 1일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하면 27.5일을 일하는 셈이다.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일감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건설사에 소속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임금 단가가 상승한 것도 아니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노임단가표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막노동꾼인 보통 인부의 평균 노임은 9만4338원. 여기서 소개비 명목으로 1만~2만원을 떼면 실제 받는 돈은 월 평균 150만원(평균 근무일 15~20일 기준) 언저리다. 그나마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이 돈을 받을 수 있다.

4대 보험은 어떨까. 고용노동부 자료(2014년 기준)를 토대로 한 건설업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다. 고용보험은 70.6%(이하 정규직 평균 96.8%), 건강보험은 17.5%(99.5%), 국민연금은 17.8%(99.5%), 산재보험은 99.6%(99.2%)였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혜택은 거의 못 보고 있다는 얘기다. 건설업종 일일 노동자 기준으로 보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입률은 각각 8.9%, 8.5%로 10%도 채 안 된다.

고용보험은 44.2%로 뚝 떨어진다. 산재보험에는 허수도 있다. 2000만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현장에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소규모 현장에 247만명의 건설일용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임금체불은 만성이 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을 당한 전체 노동자 수는 약 30만명, 체불임금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이다. 그중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은 3031억원으로 전체의 24%에 이른다. 2010년과 비교할 때 체불임금 피해 노동자 수는 3만3732명에서 7만74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체불금액은 1464억원에서 156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체불임금 가운데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체불임금 비중도 12%에서 24%로 훌쩍 뛰었다.

산업재해율은 어떨까.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산업별 산업재해율은 전반적으로 낮아졌지만 유독 건설업만 증가했다. 건설업의 산업재해율은 27.9%(2만5132명)로 서비스업 33.0%(2만9734명), 제조업 30.0%(2만7011명)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제조업(1638명)과 서비스업(601명) 종사자는 전년 대비 감소한 반면, 건설업은 1463명 더 늘었다. 사고사망자도 건설업이 가장 많은 437명(45.8%)이었다.

이처럼 위험하고, 힘들고, 복지 수준은 열악하며, 임금까지 떼이는 건설현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한 건설일용직 노동자는 “일을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야 할 판인데 어떻게 처우개선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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