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은 전쟁, 공약은 뒷전

▲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3 총선 후보 공천이 일단락됐다. 지난 3월 25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됐고, 31일부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진박眞朴’‘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의 대결, ‘친노親盧패권’ 청산 등의 표현에서 보듯 여야 가릴 것 없이 사상 최악의 공천 다툼을 벌였는데, 선거 공약은 어떤가. 치열했던 공천 전쟁과 달리 공약은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구태를 벗지 못했고, 표를 노려 일단 내놓고 보자는 식으로 포퓰리즘 논란을 빚고 있다.
 
애초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더불어민주당은 ‘포용적 성장’, 국민의당은 ‘공정 성장’, 정의당은 ‘정의로운 성장’ 등의 프레임을 앞세웠지만, 이번에도 정치적 레토릭(수사학)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상당수 공약이 구체성이 결여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뿐더러 재원 마련 방안도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아서다.  
 
각 당은 경쟁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쏟아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최악의 청년실업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한 데다 청년층 표를 공략하자는 현실적 계산도 가세했으리라.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수당, 청년희망아카데미 등 ‘청년’이란 수식어로 포장한 비슷비슷한 대책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이 부족하다.
 
구직 청년들에게 월 50만~6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적 부조는 청년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재원 마련은 또 다른 문제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U턴과 관광산업 활성화는 이를 통해 내수가 살아날 경우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직접적인 일자리 대책으로 보긴 어렵다.
 
 
그나마 지금까지 나온 공약마저 당내 공천 전쟁에 가려 유권자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정당간 정책 대결이 실종된 사상 초유의 선거 국면이 진행돼온 것이다. 여야 정당들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책 대결, 특히 경제 우선 전략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실로 심각하고, 그만큼 민생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온통 빨간불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내수도 부진하고 투자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주요 투자은행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6%로 낮췄다. 최악의 경우 1%대에 머물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
 
성장절벽은 고용절벽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2월 청년실업률이 12.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어섰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전·월세값은 누그러들 줄 몰라 전세 유랑민이 속출하고 있다. ‘흙수저’ ‘헬조선’으로도 모자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4·13 총선의 최대 쟁점이 경제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함께 제기하는 심판론도 핵심은 경제 문제다. 새누리당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하자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지난 3년을 실패로 규정하며 정권심판론을 제기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대표를, 새누리당이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경제통을 당의 간판과 선거를 관장하는 핵심 위치에 앉힌 것도 경제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서다.
 
선거가 경제를 멈추게 하는 블랙홀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당면한 경제 문제를 풀어갈 백가쟁명의 논의가 분출하는 역동적인 시기로 만들어야 한다. 경제통이 지휘하는 양당이 적극 나서라. 선거운동 과정을 취업난에 어깨가 처진 청년, 주거비·교육비, 자녀보육에 힘들어하는 주민들과 소통하는 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로선 어느 공약이 실현 가능하며, 우리의 삶과 미래를 개선할 수 있을지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공천에 속고, 공약에 넘어가고 이중삼중으로 골탕을 먹지 않도록. 이번 총선에 이어 내년에는 대통령선거, 내후년에는 지방선거 등 3년 연속 큰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민의 숙명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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