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

▲ 알파고 신드롬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사진은 영화‘채피’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당장 로봇 등에 인간의 일자리가 심각하게 뺏길 것이라는 현실적인 논의에서부터 AI의 4차 산업혁명화, AI에 대한 기본 성격규정 등의 거대 담론까지 다양하다. 일부 호사가들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인간이 기계에 지배되는 종말론적 세계’나 ‘인간의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인공지능 포비아(공포증) 상태’를 점치기까지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세기의 대결’이라며 흥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과연 기계인 알파고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도의 직관력과 통찰력, 창의성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인가”가 주요 관전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1승4패로 인간 이세돌이 겨우 체면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당초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대국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알파고 지능이 인간의 전유물인 직관력ㆍ통찰력 범주까지 들어왔다면서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가히 알파고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ㆍArtificial Intelligence) 발달이 가져다 줄 인류의 미래를 논의하느라 여념이 없다. 논의의 방향은 여러 갈래다. 당장 로봇 등에 인간의 일자리가 심각하게 뺏길 것이라는 현실적인 논의에서부터 AI의 4차 산업혁명화, AI에 대한 기본 성격규정 등의 거대 담론까지 다양하다. 일부 호사가들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인간이 기계에 지배되는 종말론적 세계’나 ‘인간의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인공지능 포비아(공포증) 상태’를 점치기까지 한다. 생각보다 빨리 AI 세상이 눈앞에 닥칠 것 같다는 데에는 대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국은 AI에 의한 인류의 일자리 박탈 공포를 확산시켰다. ‘향후 20년 내에 AI 로봇이 인간 직업의 35%를 대체할 것이다.’ 2014년 11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미래 직업 보고서’를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AI가 본인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인터넷 여론조사(311명 응답)에서는 73%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산업 측면에서는 AI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세를 얻기 시작했다. 1차 증기기관차, 2차 전기, 3차 정보기술(IT)에 이어 AI라는 신산업 트렌드가 세계 경제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분석이다. 인간의 두뇌작용을 컴퓨터가 스스로 추론ㆍ학습ㆍ판단하면서 행동하는 시스템인 AI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설 것이란 얘기다. AI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10대 유망기술로는 뇌 과학ㆍ핵융합ㆍ양자 컴퓨터ㆍ자율 주행차ㆍ우주발사체ㆍ휴머노이드 로봇ㆍ가상현실(VR)ㆍ웨어러블 기기ㆍ헬스케어 및 바이오 등이 꼽히고 있다.

알파고 개발에 많은 돈을 들인 구글과 딥마인드 역시 알파고의 응용실험을 계속해 단점을 보완하고 비즈니스 스케줄에 따라 상용화에 나설 것이다. 바둑 다음의 도전 분야로는 스타크래프트ㆍ기상예보 등으로 알려졌다. 종국에는 원격진료ㆍ맞춤형 의료를 비롯한 의료분야나 교통ㆍ금융투자ㆍ자연재해 분야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큰돈을 벌려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AI와 인류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르며, 미래에 어떤 관계를 갖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최근 중국에서 나눈 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AI가 단기간에 인류를 뛰어넘거나 인간보다 결코 지혜로울 수는 없다고 규정했다. 저커버그는 “AI 기술이 의료와 무인 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할 수 있지만, 상식을 가르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윈은 “기계가 인류보다 강해지고 똑똑해질 것”이라면서도 “기계는 절대 인류보다 지혜로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둑 붐과 함께 AI 붐이 일 조짐이다. 산업과 기술이란 측면에서는 글로벌 발전 속도에 뒤지지 않도록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피조물인 AI에 인간이 지배당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에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도한 흐름인 AI의 상업화 물결에 휩쓸려 인간(本)과 기계(末)를 놓고 본말本末이 전도되는 일은 없도록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이우열 경영학 박사 ivenc@korea.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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