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주 전쟁 2라운드

▲ 젊은층과 여성의 입맛을 홀렸던 과일소주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저도주 전쟁 2라운드가 개막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5도가 채 안 되는 소주가 젊은층과 여성의 입맛을 홀렸다. 저도수 과일소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과일소주의 인기는 벌써 시들시들하다. 제철이 지난 듯 출고량도 떨어지는 추세다. 대신 주류업체들은 ‘탄산주酒’를 새 무기로 장착하고 ‘저도주 전쟁 제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저도수 과일소주 열풍이 불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과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덩달아 주요 주류업체의 매출도 증가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조90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칠성과 무학은 같은 기간 각각 1150억원(5.3% 증가), 2957억원(1.9% 증가)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2.9%, 롯데칠성은 53.6% 뛰어올랐다. 무학은 영업이익이 19.4% 줄었지만 용지 매각으로 인한 양도차익이 2014년보다 감소한 탓이 컸다. 실제로 무학의 주류부문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늘어났다.

저도수 과일소주의 열풍이 시작된 건 지난해 3월 20일 롯데주류가 ‘순하리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다. 출시 두달 만에 1000만병을 팔아치웠다. 그러자 무학은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는 ‘자몽에 이슬’, 대선주조는 ‘시원블루 시리즈’를 속속 론칭하며 과일소주 열풍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1년이 훌쩍 흐른 지금, 어찌 된 영문인지 과일소주의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해 전체 소주의 30%를 차지했던 과일소주 출고량이 현재 5%대로 내려앉았다.

과일소주의 인기 하락은 주류업계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일소주의 인기가 식으면서 과일소주 열풍을 주도했던 ‘순하리 처음처럼’의 롯데칠성과 ‘좋은데이 컬러시리즈’의 무학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지난 3개월간 롯데칠성은 215만6000원에서 205만3000원으로 4.7% 하락했고 무학은 같은 기간 3만8116원에서 3만5150원으로 7.7%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6월 5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던 무학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일소주의 인기가 급락한 것을 타깃층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주요 소비층이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젊은층이었다는 데에 주목했다. 그들이 그만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다. 이는 다시 말해 언제든 입맛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류업계가 최근 ‘포스트 과일소주’ 전쟁을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과일소주의 인기가 떨어지자 ‘대안’을 찾고 있는 셈이다. 주류업계가 제2라운드를 벌일 것으로 보이는 새 전장戰場은 ‘탄산주’다.

하이트진로는 도수 3도의 복숭아맛 탄산주 ‘이슬톡톡’, 롯데칠성은 매실주에 탄산이 첨가된 4.5도의 ‘설중매 매실소다’, 무학은 알코올도수 5도에 열대과일향과 탄산을 첨가한 ‘트로피칼이 톡소다’를 출시, 탄산주 전쟁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일소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주요 소비층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연구했다”고 밝혔다. 탄산주가 그 결과라는 거다. 이어 관계자는 “과일소주와 탄산주는 타깃층이 동일하기 때문에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과일소주 수요가 그대로 탄산주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도주 전쟁의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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