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인적 자원의 시대

삼성, LG와 페이스북, 구글이 다른 게 무엇인지 아는가. 답은 간단하다. 삼성, LG는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물적 자원이 기반이라는 거다. 반면 페이스북과 구글은 물적 기반이 별로 없고, 인적 기반이 중심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경쟁력, 더 크게는 국가 경쟁력이 갈수록 후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텔 하나 없는 에어비엔비가 어떻게 글로벌 최대 호텔 체인 ‘힐튼’을 넘어섰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 에어비앤비는 물적 자원 없이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6위. 다소 초라한 이 수치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140개 국가를 평가해 각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발표한다. 혹자는 140개 국가 중 26위라는 성적이 뭐가 초라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7년에 11위로 국가경쟁력 순위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라는 점이 문제다.

국가경쟁력 1ㆍ2위인 스위스와 싱가포르의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땅덩어리가 작고 인구가 부족해서’라는 핑계도 소용없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3위, 6위에 위치해 여전히 강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중국도 28위로 턱밑까지 쫓아왔다. 우리나라만 유독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더 이상 글로벌 경기 둔화에서 우리의 문제를 찾아선 안 된다는 거다. 국내 경제가 어려운 이유, 이젠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WEF의 평가 기준에 따르면 정부, 기업, 가계 각 경제 주체가 모두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시기별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던 적도 기업의 역할이 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나 기업, 가계를 지탱하는 건 결국 개인이다. 한 나라의 자원이 아무리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부가가치로 만들어내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기업을 지탱하는 공무원, 기업인 등 개개인이 그 나라의 핵심 경쟁력인 것이다.
 
자본주의 구조에서 국가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에 영향을 받는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성장을 전제로 하는데, 여기서 자본은 곧 기업의 자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본이 늘어야 국가의 세수가 안정적으로 걷히고 질 좋은 고용으로 가계의 소비가 늘어난다. 각 경제주체가 원활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원동력이 기업에 있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기업과 관련 있을 공산이 크다.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 LG 등은 대부분 물적 자원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과거엔 물적 자원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됐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한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과거 경쟁력의 핵심이던 대규모 생산설비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수요가 줄면 생산설비는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기존 설비의 비용 압박에 못 이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버 고속성장의 흥미로운 시사점

하지만 최근 가파른 성장을 기록 중인 기업은 다르다. 이들은 지적재산권, 인적자원 등 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AIRBNB(에어비엔비)’와 ‘UBER(우버)’가 대표적이다. 호텔을 한 채도 보유하지 않은 에어비엔비의 가치가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을 넘어섰고, 택시가 한 대도 없는 우버는 세계적 자동차 렌털기업인 ‘HERTZ(허츠)’의 기업 가치를 앞섰다. 인적 자원의 가치가 물적 자원의 가치를 훌쩍 넘었다는 얘기다. 설비 투자의 비용 부담은 줄고 수익성은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표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설비투자보다는 인적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명의 인재가 수십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구글과 MS사가 직원 한 명을 두고 법정 다툼까지 간 것은 단적인 예다. 최근 구글이 전 세계의 인공지능(AI) 관련 전공자들을 쏙쏙 빼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인재에 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베트남을 헤매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도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인재 관리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교육제도가 뒷받침돼야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은 국내 시대상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의와 주입식 교육,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경쟁구도 학습이 정부 주도의 고성장 시기에 주효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는 바뀐다.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이 꺾이며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획일화된 과거의 인재는 밀려나고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사회가 원하는 창의성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바른 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단련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하듯 말이다.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미국 뉴욕타임스가 최고의 학사과정을 보유한 대학으로 세인트존스 칼리지를 꼽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세인트존스 칼리지는 4년 동안 인문학 고전 100권을 읽는 것이 졸업 요건이다. 전공과목도 시험도 없다. 단지 책을 읽고 토론을 할 뿐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립한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법도 배운다. 하나의 답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에서 양성된 인재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국내의 한 TV프로그램에서 대학생에게 ‘왜 공부를 하는가’를 물었다. 한 대학생은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우리의 교육이 창의적으로 바뀌지 못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답변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 취업 이외의 선택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중국 정부도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을 외치고 있다.

줄세우기 교육 언제까지…

국가가 나서 창업을 주도하겠다는 거다. 우리나라보다 자본주의 발전이 늦다고 하는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자 변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창의적 인재의 역량이 발휘되려면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기업도 인재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한다.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날 때가 아니다. 해외로 떠나는 우수한 인력을 보고만 있을 때도 아니다.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