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해결책 보이는 공약 보이지 않아

불공정 하도급계약, 대기업의 결제 유예,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막말,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자살, 골목상권 침해 논란, 생계형 노점상 철거 논란….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런 문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 사라지고, 결국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요 정당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공약들을 내놨을까.

▲ 갑을 논란은 여전한데 정당들이 내놓은 상생 공약들은 공허하다.[사진=뉴시스]

2008년 참여정부가 ‘상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대부분 ‘그게 뭐냐’고 했다. ‘상생 철학’을 기업에 적용하려 하자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상생은 그 범위가 더 넓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이 ‘상생이 필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상생이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갑을논란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건 이 때문이다.

문제는 그토록 오래 상생을 외쳤음에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힘의 논리는 시장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불공정한 하도급 계약과 결제 지연, 대기업의 공공연한 기술이나 특허 탈취, 골목상권 침해 등이 판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주요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상생을 꾀할 수 있는 해결책을 들고 나왔을까. 상생 경제공약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새누리당의 주요 상생 공약들은 ‘내수경제 살리기(새누리당 총선 공약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공공구매제도가 적용되는 공공기관 확대, 중소기업제품 의무구매비율 60%로 인상, 상가 임대차인의 자율적인 상생협약을 위한 ‘자율상권 선도구역’ 40곳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가맹본부가 가맹사업희망자에게 허위ㆍ과장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당하게 거래를 중단 또는 거절하지 못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상생 공약들은 그 수가 적은 데다 새로운 것도 별로 없다. 노사간 상생 공약으로 임금체불 사업주 제재수단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눈에 띄지만 실효성이 문제다. ‘상습체불 사업주’에게 체불임금액만큼 추가로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는데 ‘상습체불’이 아니라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또한 현행 ‘최저임금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 규정된 것을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변경하기로 해 처벌 수위를 되레 낮췄다.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고, 근본적인 상생을 도모할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생 공약은 좀 더 다양하다. 중소기업 입찰에 대기업집단에 속한 가짜 중소기업의 참여 제한, 대형복합쇼핑몰 합리적 규제로 상생 도모, 대기업 기술편취와 탈취 행위 근절 방안 마련,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교섭 위해 중소기업 교섭력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처벌규정도 적절히 배치했다. 공정위 조사권한 강화와 조사활동 방해 행위에 관한 처벌 강화, 불공정거래 시 형사처벌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등이다. 하지만 공약들을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것인지 설명이 없다. 특히 성과공유제 개선의 경우 단 한줄의 공약이 전부다.

국민의당 상생 공약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그것과 내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공약마다 ‘어떻게 고치겠다’는 걸 밝히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눈여겨볼 만한 상생 공약은 납품단가연동제다. 하도급업체가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90일이 경과한 후에 원재료 가격이 급상승하면 납품단가 인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거다. 원청업체가 이를 어기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구제한다는 방안도 명시했다. 정의당은 정당의 기조가 ‘성장’보다는 ‘소득구조개선’과 ‘분배’에 있는 만큼 3당과는 차별화돼 있다. 

차별화된 공약으로는 대형마트ㆍ복합쇼핑몰 허가제로 출점 제한, 대기업 임원 임금상한제, 노점과 지역 상생을 위한 노점기본법 제정, 식품위생법ㆍ행정대집행법 개정으로 집행 최소화 등은 다른 정당에서는 나오지 않은 공약들이다. 무엇보다 상생 공약이 노점과 직장인, 시장 상인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라는 평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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