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위한 공약은 무엇

영세 자영업자들은 스스로를 ‘빛좋은 개살구’라고 부른다. 매출이 죽을 쒀도 남들에겐 ‘사장님’으로 불려서다. 좋은 상권에 있어 실적이 좋아도 문제다. 상권에 활력이 돌면 임대료가 치솟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폐업한 자영업자가 10만7000명을 넘었다. 볕들 날 없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각 당의 정책을 살펴봤다.

▲ 해마다 유입되는 자영업자 수도 많지만 경기부진과 높은 임대료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556만3000명.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자영업 종사자 수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10명 중 1명은 자영업자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자영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398만명에 이른다. 그중 월평균 순이익이 100만원 미만이거나 적자인 영세 자영업자는 50%가 훌쩍 넘는다. 각 정당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새누리당ㆍ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원내 4당의 상인 관련 공약은 ‘세입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무엇보다 현행 5년인 상가임대 계약갱신청구권 대상기한을 조정해 세입자를 보호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새누리당ㆍ더민주당ㆍ정의당은 대상기한을 10년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입자가 원한다면 건물주는 10년간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상가임대차 조정위원회’를 설립해 지역별로 대상기한을 다르게 설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상기한의 조절만으로 세입자를 보호하기란 쉽지 않다. 건물주가 세를 올리거나 재건축 등을 이유로 세입자를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더민주당과 정의당은 ‘퇴거보상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재개발ㆍ재건축과 관련 강제퇴거 시 세입자의 영업장소 이전비용 또는 영업불가 손실비용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내건 ‘환산보증금제도’ 폐지도 세입자 보호 방책의 일환이다. 임대한 상가의 환산보증금이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영세 자영업자로 보고 월세 상승률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 곱하기 100’을 더한 금액으로 판가름한다. 가령, 서울 상가 세입자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4억을 넘지 않으면 월세 상승률이 9%로 제한된다. 이렇게만 보면 세입자 보호 정책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환산보증금이 4억을 넘을 경우, 월세 상승률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밝힌 서울지역 환산보증금 평균은 약 3억4000만원. 그러나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ㆍ강남대로ㆍ청담ㆍ혜화동ㆍ압구정은 평균 환산보증금이 4억원을 훌쩍 넘었다. 기준금액이 지역간 편차가 심한 보증금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임대료상승률 상한을 지역별로 조정위원회를 통해 설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국민의당의 공약은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시장 상권 활성화에 대한 정책은 당별로 엇갈렸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전통시장에 주차장, 편의시설을 공급해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추가로 놀고 있는 점포를 청년상인 육성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더민주당은 전통시장과 주변골목상권을 함께 연계 지원하는 상권활성화 추진 정책을 내놨다.

반면 정의당은 시장을 변화시켜 살리는 것보다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 출점을 허가제로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현재 73개에 불과한 중소기업ㆍ상인 적합업종ㆍ품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민주당도 ‘적합업종보호특별법’ 제정으로 중소기업ㆍ상인의 사업영업을 적극 보호하겠다고 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각 정당이 상인정책을 시혜가 아닌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면서 “경기 불황에도 자영업자가 600만명까지 늘어난 건 국가산업체계가 수용하지 못해 밀려난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총선이 끝난 뒤에 공약을 이행하려는 각 당의 의지다. 의석수가 부족해 정책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건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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