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인 고민 없이 아이디어만 나열한 수준

“20대 총선 관련 공약을 보면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을 그대로 나열한 것들이 많다. 학생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당의 주요 교육 공약들을 살펴본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의 일침이다. 계파싸움에 골몰하느라 나라의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공약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다.

▲ 농담처럼 장래희망을 ‘건물주’라 말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꿈 없는 꿈을 꾸는 아이들이 늘어나는데 4당의 교육 공약에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청소년 자살률이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높다. 갈수록 치솟는 사교육비는 중산층 학부모를 옥죈 지 오래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학생들은 꿈을 잃는다. 건물주가 꿈이라는 학생들이 수없이 많을 정도다.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주요 정당의 교육 관련 공약에는 이런 뼈아픈 현실이 들어 있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의 고충을 고민하고 반영한 흔적도 없다.

4당의 주요 교육 정책을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과 정의당은 초ㆍ중ㆍ고교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의 의지를 내비쳤다. 새누리당도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실 고교 무상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무상교육을 도서산간벽지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던 지키지도 않은 대선 공약을 재탕한 셈이다.

이런 문제는 더민주당, 정의당의 공약에도 있다. 대통령의 벽을 넘어 정당 차원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포퓰리즘 공약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고교 무상교육보다 초ㆍ중등학교 의무교육에 방점을 찍은 국민의당 공약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고교 무상교육의 흐름을 외면했다는 지적은 피하지 못할 듯하다. 최근 불거졌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이슈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과 정의당만 철회를 약속했다.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목표로 내건 공약은 당마다 달랐다. 새누리당은 현재 2.7%인 학자금 대출금리를 0.2포인트 내린 2.5%로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실현될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0.2포인트 인하가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보다는 조금 더 내려 대출금리 1.5%를 공약했다.

반값 등록금을 공약한 건 4개 당중 정의당뿐이었다. 정의당은 한달 가처분소득(2014년 기준 350만원)을 기준으로 ‘국가표준등록금제’를 도입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더민주당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 200만원까지 세액공제 및 환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 공약들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교육정책이라기 보단 복지정책에 가깝고 구체적인 실천플랜도 없어서다.

자극적인 이슈를 끌어낸 국민의당의 ‘공립대학교 등록금 동결’ ‘대학 입학금 폐지와 등록금 심사제도’ ‘수시모집 대폭 축소’ 공약도 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나 내용이 전혀 없어 당의 정책이라기보다 아이디어 수준이라는 혹평이다.

교육계의 맹비난을 받은 공약도 있다. 새누리당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 공약이다. 새누리당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교육감 직선제 찬반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때마다 직선제를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우세했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약이 여론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 현직 교사는 “결국 직선제를 폐지하고 집권당 입맛에 맞는 교육감을 뽑으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더민주당의 ‘기초학력책임보장법’ ‘고교 수강신청제 도입’, 정의당의 ‘수능수학 절대평가제’처럼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 낼 만한 공약도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공약에는 가계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집권여당은 아예 교육정책을 내놓지 않고, 야당은 어차피 되지 않을 걸 염두에 두고 립서비스성 공약을 내건 것 같다”면서 “관료주의적 행정을 철폐해 교사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학생들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가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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