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식의 재테크연구소

▲ 개인사업자가 무너지면 시장의 수요ㆍ공급 균형이 무너진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개인사업자가 위험하다. 중간 유통은 대형자본이 잠식했고, 그나마 있는 매출은 들쭉날쭉하기 일쑤다. 하지만 현명한 실적 관리와 투자로 위기대처방안을 마련하면 장수 사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필자는 단기성 금융상품이 개인사업자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전제가 있다. 위험 담보가 확실하고 출구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사업자는 582만명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5000만명 조금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10명 중 1명이 개인사업자인 셈이다. 전체 사업자 중 개인사업자의 비중도 상당하다.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개인사업자는 전체 사업자의 88.2%를 차지했다. 법인사업자(11.8%)의 8배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법인사업자가 전월 대비 8.9% 증가할 때 개인사업자는 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유는 개인사업자의 상당수가 법인사업자로 전환해서다. 소형 영세법인의 경우, 개인사업자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데, 법인사업자로 전환하는 개입사업자가 많은 이유는 뭘까. 답은 절세에 있다. 매출 규모가 커진 개인사업자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법인체로 전환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개인사업자의 증가율이 낮은 게 ‘법인전환’ 때문만은 아니다. 들쭉날쭉한 매출과 트렌드의 잦은 변화, 불안정한 상권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상당히 많다.

실제로 통계청의 업태별 사업자 유형을 살펴보면, 개인사업자의 위태로움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가 전체의 21.3%(141만명)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소매업 13.2%(87만명), 음식업 10.6 %(70만명)였다. 전년 동월 대비 사업자 증가폭도 부동산 임대업(9만5000명), 소매업(3만9000명), 음식업(2만9000명) 순으로 컸다.

이에 따르면 임대형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들이 절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부동산 임대사업자로 등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의 허리인 소매ㆍ음식ㆍ중개ㆍ서비스업자의 증가율은 떨어졌다. 시장의 허리 역할을 하는 개인사업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대형자본이 중간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를 내세워 중간유통시장에 뛰어든 게 개인사업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중간유통시장에서의 마진을 축소해 소비자에게 양질의 재화와 용역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자금이 대형자본에만 흘러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개인사업자가 곡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개인사업자의 매출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소득이 불규칙하면 가계와 사업장의 지출이 구분되지 않는 등 자금이 부실하게 운영될 공산이 크다.

부동산 임대사업자 급증 이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사업자가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특별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통해 대형자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자산을 축적해 언젠가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야한다. 쉬운 얘기는 물론 아니다. 20년 이상 된 개인사업체가 전체의 6.4 %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개인사업자의 절반이 5년을 채 버티지 못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살아남은 업체는 매출이 커져 법인체로 전환되고 그렇지 못한 개인사업자는 계속해서 공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사업자 A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3년 전 자산 중 50%를 평소 잘 알던 보험설계사에게 맡겨 장기투자성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급감하자 급전이 필요해졌다. 업종변경, 사업장 이전 등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투자성 보험의 수익률이 오랫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에 원금을 일부 잃었다. A씨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무엇보다 A씨는 가계 지출과 사업장 지출을 분리하지 않았다. 더구나 자산 중 50%를 보험에만 가입하는 이른바 ‘몰빵’ 투자에 나섰다. 필자는 순익의 30% 이상은 반드시 단기성 금융상품에 적립하고, 장기상품의 가입은 월 순익의 10% 미만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몰빵 투자를 한 탓에 폐업 위험에도 대비하지 못했다. 개인사업자라면 업종이나 인테리어 변경, 사업장 이전 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시장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A씨의 실책은 또 있다. 사실 장기투자성 보험은 개인사업자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은 상품이다.

개인사업자가 운용하기 좋은 단기 상품으로는 은행 예ㆍ적금과 1년 미만 ELS(주가연계증권)ㆍELD(주가지수연동예금), 1년 만기 투자상품(외환펀드ㆍNPL) 등이 있다. 이들은 단기성 투자상품 중 위험 담보나 출구전략이 명확한 상품이다. 반면 A씨가 투자한 것처럼 과도한 보험과 연금은 개인사업자에게 적절한 상품이 아니다. 그래도 가입해야겠다면 기본보험료를 30만원 미만으로 설정하고 추가납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목돈이 만들어질 경우엔 비상자금 확보가 우선이다. 그 이상의 자산이 축적되면 월지급식 금융상품이나 임대사업을 통해 사업장외 소득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윤완식 프라이빗 재무컨설팅 대표 nopagess@nate.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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