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컬쳐트리 대표

크든 작든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묻겠다. “당신의 주장에 반론을 펴는 직원을 좋아합니까?” 상당수 리더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거다. 하지만 조직의 갈등은 여기서 싹트게 마련이다. 반론을 펴는 직원 때문이 아니다. 개인의 문화와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 탓이다. 컨설팅 전문기업 컬쳐트리 김명희(53) 대표는 “리더가 권위를 버리고 다름을 이해하는 순간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명희 컬쳐트리 대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조직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사진=지정훈 기자]
“상사 중에 자신을 권위적이고 위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걸요. 나는 직원들 얘기를 잘 듣는데 그들이 얘기를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죠. 예를 들어볼까요? 위계적인 사람은 직원을 자기 집무실로 불러서 면대면 대화를 하죠. 하지만 수평적이고 평면적인 사람은 본인이 방 밖으로 나와 직원 옆으로 다가가요. 작지만 큰 차이입니다.”

김명희 컬쳐트리 대표는 이런 한국기업의 조직문화에 주목했다. 외국유학을 다녀오고 줄곧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 온 그에게 한국기업의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는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글로벌 인재 교육기업인 ‘어페리언 글로벌(Aperian Global)’에서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담당하던 그가 ‘컬쳐트리’를 설립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등 조직에서 갈등이 싹트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다른 개인의 문화와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특히 갈등이 생기는 순간에 더 심각하다. 상대방이 왜 그랬는지를 이해하기보단 ‘나를 싫어해’ 혹은 ‘나와 맞지 않아’라고 속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거다. 기업 경영진과 직원들이 갈등을 빚는 이유도 비슷하다. 경영진 스스로 위계적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데서 갈등은 비롯된다.

김 대표는 “나와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보는 게 아니라 다르다고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원들은 한결같이 ‘요즘 애들이 너무 개인주의적’이라고 해요. 그들 입장에서 회식을 하자고 하는데 거부한다는 게 말이나 되겠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저는 싫어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죠. 그러면 임원들은 상처 받고, 더러는 신입사원들 예절 교육을 하기도 하죠.”

그는 이를 “예절교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소통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예전에야 조직에 헌신하는 게 궁극적으로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회의’만 봐도 그렇다.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임원들은 이 자리가 ‘지시’를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차이가 생기는 거다. 목소리를 내러 갔는데 지시만 받으니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사실 이런 갈등은 김 대표 스스로 수없이 겪은 일이다. 모 기업에서 일을 하던 때였다. 회의 도중 CEO가 질문을 하자 그가 ‘역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일 이후 그는 ‘찍힌 몸’이 됐다. “나중에 그분과 한 수업에서 각자의 스타일을 진단받았어요. 결과가 어땠을 거 같아요? 그분은 ‘위계적’이고 저는 ‘평등적’이라는 아주 상반된 결과가 나왔어요. 그것을 보고 알았죠. ‘의전이 중요했던 분에게는 내가 당돌하다고 느껴졌겠구나’라고요.” 서로의 차이가 ‘감정’이 아닌 ‘업무 스타일’에서 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이후 상대를 대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 김명희 대표는 맥킨지, 어페리언 글로벌 컨설턴트를 거쳐 컬쳐트리를 설립했다.[사진=컬쳐트리 제공]
컬쳐트리는 이런 차이(gap)를 줄여나가는 과정을 제안하는 회사다. 어페리언 글로벌에서 10년간 개발해온 글로브스마트(GlobeSmart)라는 진단도구를 통해 개인이 선호하는 업무스타일을 진단하고, 개인이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물론 조직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는 팀워크와 업무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는 고객이 CJ, 현대차ㆍ기아차,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에 한정돼 있지만 공무원 사회는 물론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까지 컨설팅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가을 그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작은 나무(컬쳐트리)를 심었다. 함께 나무를 돌보는 이는 네명에 불과하다. 아직은 작은 나무이지만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하루하루 잘 자라고 있다. “앞으로 양질의 거름과 물을 주면 이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큰 나무가 되고, 머지않아 울창한 숲을 이룰 겁니다.” 김 대표의 믿음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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