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 챙기겠다고 나섰으나…

일과 가정의 양립은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을 앞세우면 가정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반대로 가정을 먼저 챙기면 직장에서의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다.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정당들이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공약도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여야가 경단녀 취업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육아·보육에선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은주(가명ㆍ여38)씨. 그녀는 지난 1월부터 지역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출근하고 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취업을 상담해주는 업무다.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수년간 일을 쉬어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었던 김씨가 새롭게 시작한 일이다.

김씨처럼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기혼여성 인구는 205만3000명(2015년 기준)에 이른다. 전체 기혼여성(942만명)의 21.8%다. 이들 중 30대가 절반 이상(53.1%)이다. 경단녀가 된 이유는 ‘결혼’이 36.9%로 가장 많다. 임신출산(24.4%), 육아(29.9%), 자녀교육(3.9%)이 뒤를 잇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주요 정당 여성·육아정책 공약의 초점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맞춰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4당은 공통적으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역할을 강화확대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 2015년(7월 기준) 147개인 새일센터를 2019년까지 200개로 늘린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을 제외하면 4당 모두 경단녀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육아보육정책에서는 여야가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특히 육아부담을 덜기 위한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급여 공약에서 온도차가 확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이내’였던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30일 이내’로 확대하고 육아휴직급여도 40%(상한 100만원)에서 100%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당은 남성의 배우자 출산 휴가를 2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급여는 50%선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출산 전후 휴가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내 출산 시 남성에게 의무적으로 일정기간 육아휴직을 주는 ‘파파쿼터제(아빠의무할당제)’ 3개월 추가 도입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새누리당은 육아휴직에 대한 별도의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보육예산 공약은 당별로 차이가 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그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예산 지원이 중단되는 등 이른바 ‘보육대란’을 초래했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은 유치원 수용계획에 따라 공립유치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되 국가 재정 및 환경 여건을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다소 소극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반면 야당은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하고 누리과정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공립어린이집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국민의당은 주민자치센터 1개소당 1개의 보육시설을 원칙으로 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해 26만명에 이르는 대기자 수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은 보육예산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0~5세 보육예산을 100% 중앙정부가 담당하겠다고 약속했고, 국민의당도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인상해 누리과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성국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누리과정 사태에서도 확인했듯이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자체로 돌리는 일종의 ‘수건돌리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공적인 노동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극적인 여당과 달리 야당은 정부 중심의 공약 내놨지만 사실 살펴보면 지난 총선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새로운 의제가 없다는 게 아쉽다.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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