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권익 보호 어디에…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이 발표한 노동 공약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공약이 전부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극화 해소를 제시했지만 핵심인 노사관계가 빠졌다. 정의당이 새로운 노동공약을 선보였지만 입법화立法化 가능성은 의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줄 만한 공약이 없다는 얘기다.

▲ 각 정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노동 공약을 발표했지만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2007년 570만명이던 비정규직이 지난해 627만명으로 불어났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2.5%.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렇게 노동자 수는 늘었지만 임금과 복지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 차이가 극심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대비 54.4% 수준이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졌다. 시간제 노동자는 223만명으로 2014년에 비해 20만명이나 증가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대 총선을 앞둔 원내 정당들 역시 ‘좋은 일자리’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방법론은 천차만별이다. 새누리당은 노동의 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순위 공약이 ‘내수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그중 U턴 경제특구 설치는 국내기업의 해외법인 총 고용인원이 2014년 기준으로 281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한 정책이다. 세제 및 공장입지 지원 등으로 이 중 10%만 국내로 돌아오게 해도 매년 약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의 삶과 질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신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노동개혁 법안의 입법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수라고 강조한 재계의 논리를 받아들인 셈이다.

문제는 노동계가 이 법안들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재계의 논리로만 노동 공약을 채웠다”며 “노동 공약에서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0점”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 공약을 양극화 해소에 방점을 맞췄다. 그 방안으로 ‘노동의 질’을 언급했다. 특히 기업들에 정규직 고용을 유도하는 법안이 눈길을 끈다.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부담금제’ 도입과 비정규직-정규직 전환시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동일처우’라는 3동同 원칙을 법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제1야당으로서 노사관계 관련 정책이 주요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김혜진 경실련 노동위원회위원장은 “노동자의 참여와 권익을 강화하는 공약이 있긴 하지만 크게 부각하지는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상공회의소’에 대칭되는 ‘노동회의소’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노동회의소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1700만명의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노동회의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관련 공약도 부실하다는 평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대책이 포함돼 있지만 상시 지속적 일자리 정규직 고용이 빠지고 노동시간 단축 공약도 없다”며 “2012년 대선 당시의 새누리당의 노동공약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의 노동 공약 슬로건은 “박근혜 정부와 반대로!”다. 구체적으로 ▲국민월급 300만원, 정액인상 70만원 ▲5시 칼퇴근, 연 30일 이상 유급휴가 보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을 골자로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 법안에도 반기를 들었다. 일반해고를 무효화하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하면서다. 노동자의 노동조합 교섭권 강화도 제시했다. 하지만 공약의 내용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 실제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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