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가 바뀌자 조선이 매서워졌다
조수가 바뀌자 조선이 매서워졌다
  • 이남석 발행인 겸 대표
  • 호수 185
  • 승인 2016.04.0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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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108

조선 함대와 일본 함대의 전투가 격해질 무렵 조수가 썰물로 돌아서고 있었다. 조선 함대는 물을 따라 싸우고, 일본 함대는 물세를 거슬러 싸워야 했다. 조선 함대는 쏜살같이 적선으로 향했지만 일본 함대는 아무리 힘껏 저어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명량해전의 승기가 조선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안위의 배와 김응함의 배는 새로운 용기를 발휘했다. 조총ㆍ화살의 비를 무릅쓰고 각종 대포와 장편전유엽전화전 등 제반 무기를 쏘아대며 철통같이 에워싼 적진 속으로 달려들었다.

이순신의 엄명으로 죽을 결심을 한 이들은 겁 없는 장수로 변하였다. 이순신이 혼자 싸우는 걸 보고 ‘함께 죽기로 싸우자’는 충심을 발휘한 거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의 살기殺氣도 격화되었다. 조선 함대의 격렬한 공격에 뒤로 밀리는 듯하던 적의 주력함대는 안위의 배를 둘러싸고 백병전을 시작했다.

안위는 활을 던지고 창검으로 싸우기를 명하였다. 안위와 그 부하들은 뱃전을 잡고 기어오르는 적을 칼과 도끼, 자귀로 패었다. 적들 가운데엔 손을 찍히는 자, 팔을 찍히는 자, 어깨를 찍히는 자, 머리가 깨지는 자 등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안위의 군사도 하나씩 둘씩 죽어 위급한 형세가 되어 간다. 이순신은 싸우던 적을 버리고 배를 몰아 안위를 구하였다.

이순신은 선두에 나서 쉴 새 없이 강궁을 당겼다. 이 광경을 본 김응함도 싸우던 적을 버리고 안위의 배를 에워싼 적선으로 달려들었다. 이 세척의 배에서는 칼빛은 번개와 같고 화살은 소낙비와 같았다. 조선군과 일본군이 어우러져 싸우는 모습은 참담한 해상의 악전고투였다.

▲ 승전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며 기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순신은 적의 대장선을 골라내 화살을 쐈다. 그의 화살은 다른 제장보다 갑절이나 멀리 가고 갑절이나 빠르며 헛맞힘도 없다. 이순신의 살 한개가 없어지면 적장 하나가 쓰러졌다. 마침내 적장이 거의 죽고 배가 뒤로 물러갈 형세를 보일 때에 어떤 금빛 갑옷을 입고 용각龍角 투구를 쓴 장수가 칼을 빼어 들고 뱃머리에 나서며 부하를 지휘하여 독전을 다시 시작한다.

이순신은 화살 한개를 시위에 먹여 금빛 갑옷에 용각 투구를 쓴 적장을 향하여 쏘았다. 그 살은 자주색 덮개가 감싸고 있는 대장의 가슴을 뚫었다. 장수는 큰소리 한마디를 지르고 거꾸로 바닷물에 떨어졌다. 바다에는 시체가 수없이 떠돌고 붉은 피와 기름이 여러 문채를 그렸다.

충심 발휘하는 조선 제장들

적의 대장이 이순신의 화살을 맞고 바다에 떨어지자 안위의 군사와 김응함의 군사는 기운을 얻어 남은 군사를 죽이고 적함 세척을 완전히 점령하였다.

그중에는 항왜 준사俊沙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배 밑에 떠오는 금갑을 입은 시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사또, 사또, 이것 보시오. 이것이 분명히 안골포에서 싸우던 적장 마다시오.” 이순신은 부하 김석손金石孫을 시켜 그 시체를 건져본 즉 아직 죽지는 아니하였다.

이순신은 비로소 적의 장수라는 걸 확인하고 머리를 베어 깃대에 높이 달았다. 그리고 전함대를 엄히 지휘하여 총공격을 강행하였다. 제장들은 죽음을 잊고 악전고투하면서 엄숙한 장령에 보답하려 했다.

녹도만호 송여종, 해남현감 유형, 영등포만호 조계종, 평산포대장代將 정응두鄭應斗 등 뒤떨어져 있던 배들이 달려오고 맨 뒤에 멀리 떨어졌던 김억추의 배도 용기 있게 따라와 싸움을 거들었다. 적은 비록 수적으론 우세했지만 대장의 수급이 이순신 배의 깃대에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예기가 꺾였다.

이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수가 썰물로 돌아서고 있었다. 조선 함대는 물을 따라 싸우고, 일본 함대는 물세를 거슬러 싸워야 했다. 조선 함대는 쏜살같이 적선으로 향했지만 일본 함대는 아무리 힘껏 저어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조선 함대에선 대포, 대장군전, 진천뢰를 끊일 새 없이 쏴대서 일본 함대는 그 파괴력을 감내를 못하여 많이 부서졌다. 1시각이 못 지나서 당파된 적선이 33척에 달하고 수없는 적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이때 명량해협 양쪽에 매복해 있던 이순신의 군사는 순신의 암호를 받고 물 속에 걸어 놓은 쇠사슬을 탱탱하게 감아올렸다. 쫓겨 달아나는 적선은 급한 조수에 떠밀리다가 물 속에 있는 철삭에 걸려 전복됐다. 그 탓에 300여척의 남은 병선이 뒤집어져 침몰하고 말았다.

적의 후군인 총사령관 협판안치의 함대는 멀리서 바라보면서도 조수가 워낙 급하게 거슬러 도움을 줄 생각조차 못했다. 이 장면을 명량 울돌목 싸움에서 피난하는 백성들이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적의 병선이 330여척이나 돼서 걱정이 많았다. 이 많은 배들이 이순신의 배를 에워싸서 온 바다가 적선뿐인 듯했다. 하지만 얼마 후 적선은 한척도 없이 사라지고 이순신의 병선 13척이 한척도 손실 없이 완연히 나타났다. 백성들의 울음소리는 졸지에 승전 축하하는 노랫소리로 바뀌었다.

명량에서 승전고 울리다

하지만 이순신은 신중했다. 해협의 급한 수세를 염려해 추격을 중지하게 하였다. 다시 명령을 내려 배들을 쏜살같은 급한 조류를 피하여 양쪽 해안가로 옮기게 하였다. 의병疑兵으로 배열돼 있던 피난선 500여척들도 북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따라 나와서 구름 같은 함대를 이루었다. 이순신의 함대가 13척뿐인 줄로만 알고 있던 적군은 뒤에 큰 함대가 몰려오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 이순신은 승전고를 울려 전 함대를 몰고 다시 우수영에 돌아오니 벌써 석양은 넘어가고 둥근 달이 동산에 떠올랐다.

우수영에 남아 있는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추고 날뛰었다. 이순신은 소 열마리와 닭과 돼지를 잡아 군사들을 먹이고 개선가를 불러 즐겼다. 개선가의 내용은 이러했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 |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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