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

▲ 계파 싸움에 홍역을 치른 각 정당이 총선 이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사진=뉴시스]
강은 수많은 물줄기를 갖고 있다. 이 물줄기가 서로 화합하면서 바다로 향한다. 어떤 물줄기도 반목하지 않고, 바다는 이 물줄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국민보단 계파를 앞세우는 우리 정치인들이 이 말을 되새길 때다. ‘해불양수海不讓水’라 했다.

4·13 총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사실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경쟁보단 당내 계파간 세력싸움이 더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3대 정당 간 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자기 계파를 확장하기 위한 이전투구가 웬만한 영화보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친박·비박·진박·무소속 등의 갈래로, 전통야당인 더민주당은 친노·친문·반노로, 신진야당인 국민의당은 친안·친천·친김파로 나뉘어 총선을 치르고 있다. 전체 정당의 모습에는 금이 가더라도 자기 계파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이 일본의 사무라이를 연상케 한다. 일본은 260여개의 작은 나라 ‘번藩’의 영주 다이묘들의 연합체다. 일본 전국을 정복해 막부를 설립한 쇼군도 각 번에 유사시 군사 동원의 의무만 지울 수 있었다. 각 번의 납세와 행정은 다이묘 책임이었다.

이 때문에 각 번은 자기세력 확장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만 막부는 이를 효율적으로 통솔할 힘이 없었다. 결국 마지막 쇼군인 도쿠가와 막부는 에도의 한적한 산골에 있는 조슈 번에 의해 멸망한다. 그 과정에서 계파의 수많은 사무라이들이 죽어 나갔다. 한일합방의 주연인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도 조슈번 출신이다.

언급했듯 지금 3개 정당의 조직은 일본 막부시대를 연상케 한다. 각 정당의 계파별 힘이 지나치게 강해 전체 정당의 이미지는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조직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탄력성은 제로에 가깝다. 물론 조직이란 생물체는 각 단위 조직이 합쳐진 것이다. 그래서 계파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각 계파의 장단점을 보완·취합하면 더 큰 합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가 다닌 대우그룹에도 많은 계파가 있었다. 경기고·서울고·경복고·경남고·경북고 등 고교파, 서울대·연대·고대파를 비롯한 대학 계파, 영호남 지연파, 산업은행·한국은행 은행 계파였다. 이렇게 많은 계파는 이합집산을 하거나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계파들의 색깔은 CEO의 역량에 따라 옅어지기도 진해지기도 했다. 계파의 색깔을 옅게 만들면서 전체의 힘을 강조한 대우그룹 계열사들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산업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 대우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계파 색깔이 지나치게 강해 전체의 힘을 내지도 못하고 소멸한 회사도 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 해운업을 이끌어온 A기업은 오너파와 CEO파가 극한적인 세력 다툼을 거듭한 끝에 입지가 약해졌다.

자고로 정당이든 기업이든 조직이 살아남으려면 단위 조직인 계파들의 ‘상생의 힘’이 생성돼야 한다. 강은 수많은 물줄기로 이뤄져 있지만 다투지 않고 상호보완하기 때문에 유유히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4·13 총선을 앞두고 이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해불양수海不讓水’. 그래, 바다는 어떤 작은 물도 거부하지 않는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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