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경제 문제

▲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걸었지만 협상 과정은 올해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사진=뉴시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7일 가동됐다.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는 노동계와 덜 올리려는 경영계가 대립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4ㆍ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가리지 않고 관련 공약을 내놓아 노사간 설전舌戰이 한층 뜨거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 정의당은 2019년까지 1만원 인상을 공약했다. 새누리당도 뒤늦게 동참했지만 어정쩡한 모습이다.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020년까지 90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원동 경제정책본부장이 “9000원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경제계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무조건 올리지 않고 저소득 근로자에게 세금환급 형태로 지원금을 주는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임금이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어쨌든 노동계로선 정당들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이 반가웠으리라. 올해 6030원인 최저임금을 당장 내년에 1만원 선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자영업ㆍ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지 30년째, 노사 대표가 첫 만남에서 합의한 적은 없었다. 근로자 대표는 너무 낮다고, 사측 대표는 너무 높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곤 했다. 지난해에도 12차례 밀고 당긴 끝에 법정시한 3개월을 넘겨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타결됐다. 그나마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가 1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번 협상에서 총선 공약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까. 최근 인상률 6~8%를 감안하면 7000원도 버거운데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기대만 부풀린 것은 아닌지.

관련 부처 및 기관과 교감도 없이 불쑥 내놨다가 논란을 키우는 공약도 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7일 ‘한국형 양적완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100일 안에 한국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애초 강봉균 선대위원장 개인의 ‘총선용 카드’ 정도로 여겨졌던 아이디어가 관심을 끌자 법제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취임 이후 재정확대에 신중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화답했다. 양적완화가 처음 거론된 지난 3월 말 “처음 듣는 말” “당의 공약은 아닐 것”이라던 그는 6일 “일리가 있다”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하는 것은 세계적 컨센서스”라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확장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무엇이 재정건전론자를 자처하던 유 부총리를 변화시켰나. 정치인 출신으로 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부총리 처지를 모를 바는 아니지만, 여당의 총선 공약에 정부정책 기조가 확 바뀌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총선이 끝나고 하반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 여당의 재정확장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다. 여기에 장단을 맞춰 재정을 계속 더 풀고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양적완화까지 했다가는 일시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릴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경제체질을 강화하지도 못한 채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만 늘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이 적은 허풍선 공약은 떠벌리면서 정작 시급한 공약은 안중에도 없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ㆍ도 교육청 간 다툼에 5월부터 학부모가 보육료를 부담하거나 문 닫는 어린이집이 나올 판인데도 여야는 여전히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선거는 하루지만 국회의원은 4년이다. 2016~2020년 사이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있을까? 당장 내년에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선다. 인구절벽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뽑는 국회의원들이 우리가 직면한 일과 변화에 대응해 제대로 해낼까. 선거는 지나가고 경제상황과 한반도 정세는 엄중하게 현실을 일깨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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