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지하철역서 배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장사가 잘 된다’는 속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지하철역은 황금어장이나 다름없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1일 지하철 이용객 수는 2014년 기준 534만명이다. 여기에 수도권 이용객까지 합하면 족히 1000만명은 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거대 시장이 땅속에서 잠자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이 거대한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흉물로 방치된 지하철역 내 점포들은 한둘이 아니고,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만성적자라며 불만을 내놓는다. 가끔은 전철요금을 올리기 위해 시민들을 볼모로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지하철역을 제대로 된 어장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 사례도 많다. 지하철역을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 대표적이다. 특히 우에노上野역 환승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그 옆으로 쇼핑몰이 펼쳐진다. 회전초밥집, 피자레스토랑, 도시락가게, 커피숍, 대형 음반매장, 화장품매장, 장난감가게, 양복점 등 80여개의 점포가 줄 지어 있다. 이런 점포들은 ‘에키나카(역내)’라고 불린다. 단순히 역사驛舍 안에 위치한 매점이 아니라 개찰구 안이나 환승 공간에까지 들어선 점포를 뜻하는 신조어다. 지하철 이용객 감소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의 철도회사들이 고안해낸 생존 전략이다.
지하철역 내 점포의 장점은 한둘이 아니다. 일단 자신이 원한다면 전철이 끊길 때까지 영업할 수 있다. 날씨 제약도 훨씬 적다. 또한 지하철역 내 점포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쇼핑 시간을 제공해줄 수 있어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만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구매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지하철역 내 점포 아이템으로는 팬시점이나 과자점에서부터 출퇴근 시간을 공략한 각종 렌털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상권으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몇가지만 유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첫째,지하철역 내 환기시설과 조명의 밝기 등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유통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각 역마다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전철 운영사가 직접 사업을 운영한다면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입찰에 붙여 운영권을 맡기는 방식보다는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게 좋겠다. 그래야 사업주체가 지하철 개찰구 입구와 환승 통로까지 이용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등 적극성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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