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인가

▲ 기업형 임대주택의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다.[사진=뉴시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 좌표를 잃었다. 뉴스테이의 목적인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꾀하기엔 보증금과 월세가 턱없이 높아서다. 중산층과는 거리가 먼 ‘고급빌라’를 지어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기업도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결국 ‘건설사’에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 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가 밝힌 기업형 임대주택의 목표다. 초저금리 기조가 연일 지속되고 전세ㆍ매매가격이 치솟으면서 월세 비중이 높아진 만큼 ‘적은 월세’로 중산층 가계에 도움을 주겠다는 얘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의 주택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47.1%에 달했다. 201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실제로 눈에 띌 만한 대책이 뉴스테이에 들어 있다. 무엇보다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한다. 임대기간은 최대 8년까지 보장한다. 이를 통해 보증금ㆍ월세의 과도한 상승을 막고, 잦은 이사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형 임대주택이 중산층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기업형 임대주택 1호인 ‘e편한세상 도화 뉴스테이’의 임대료(전용면적 84㎡기준)는 보증금 6500만원에 월세 55만원이다. 주변 아파트 평균 시세는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3000만원, 60만원이다. 통상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면 월세가 10만원 내려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화 뉴스테이의 임대료는 주변 아파트보다 훨씬 비싼 셈이다.

e편한세상 위례 뉴스테이도 마찬가지다. 이 뉴스테이의 임대료(전용면적 84㎡)는 보증금 4억~5억원에 월세 40만~50만원 선이다. 주변 시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이다. 보증금이 1억원 올라가면 월세는 대략 40만원 떨어진다. 뉴스테이처럼 보증금이 4억원이라면 월세는 ‘제로’가 된다는 얘기다. 뉴스테이 보증금만으로 주변 아파트의 전세 혹은 매매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사 배 채우는 혈세

위례 뉴스테이의 시공사인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곳 뉴스테이는 테라스식(테라스ㆍ다락방이 제공되는 고급빌라) 단층 주택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림산업의 반박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테라스식 고급빌라가 과연 중산층을 위한 것이냐는 점이다. 뉴스테이가 ‘중산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애초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공공부지 우선 지원, 조세감면, 저리대출 등 정부 지원을 톡톡히 받는다. 이런 지원의 재원財源은 국민의 세금이고, 목적은 중산층의 주거 안정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현 뉴스테이 정책은 중산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설사와 고소득층을 위한 것”이라면서 “민간 건설사가 절대 손해 볼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 또 좌표를 잃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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