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33)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 편

조정민(65) 목사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마흔일곱에 기독교에 귀의해 쉰셋의 나이에 목회자의 길을 걸으려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인생의 목표가 낮고 낮은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인생 전체가 낮은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높은 가치를 추구해야 그런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조차 좌절하는 건 나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는 “꿈이 강렬하면 꿈이 이뤄지는 환경을 그 꿈이 조성한다”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인생의 목표를 정했지만 미래의 불확실성 탓에 여전히 불안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인생의 목표는 직업적 목표와 구분돼야 합니다. 직업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놓인 징검다리 같은 것이죠. 인생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더라도 그 후 실망해 좌절하거나 타락할 수 있습니다. 인생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직업을 여러분이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왜 중요할까요?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이성적 존재로서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ㆍ합리화하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인생 목표나 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고 그런 삶의 자세를 합리화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인생 목표가 없으면 훗날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삶에 균열이 생기고 자칫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내가 과연 잘 살았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죠. 예를 들어 암이 걸린다든지 아이가 가출을 한다든지, 20~30년 동고동락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죠. 이때 인생 목표가 정립돼 있으면 이를 해석하고 극복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패를 떠나 흔들리지 않은 건 인생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는 시간이 있었을 거예요. 

당장 취업조차 불투명한 마당에 인생 목표를 세우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꿈이 강렬하면 꿈이 이뤄지는 환경을 그 꿈이 조성합니다. 살아가면서 그런 경험을 스스로 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환경이 갖춰져야만 꿈을 꿀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러다 밥을 굶어도, 이거 하다 내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자세가 되면 상황이 풀립니다. 난 그렇게 믿습니다. 목표가 확고하면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반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절망적 상황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인생 목표에 대한 지향성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옵니다. 믿음이 싹트고 자라면 그 믿음이 인생을 견인합니다. 그 믿음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불안과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믿음 연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믿음엔 자기 자신에 대한 이런 신뢰와 절대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죠.

해로운 믿음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요. 바른 믿음, 온당한 믿음을 가지면 나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는 선택을 할 수 있죠.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입니다. 믿음 연습은 무술 연마와 비슷합니다. 끊임없이 무술을 연마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밤길도 두렵지 않습니다. 믿음 연습도 꾸준히 해 자신감이 생기면 불안과 두려움을 이길 수 있죠.

사실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은 쫓는다고 몰아낼 수 없습니다. 컵에 물을 따르면 그 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듯 불안ㆍ두려움도 다른 것으로 채울 때만 해소되죠. 미래의 불확실성 탓에 불안하고 두려움이 억누르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한번 섬겨 보세요. 사랑은 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남을 생각하는 겁니다. 나의 결핍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좌절하게 되지만 남의 결핍을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어느 결에 나의 결핍이 잊히죠.

무술 연마하듯 믿음을 연습하라

나 중심의 삶의 패러다임을 버리지 않는 한 근원적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불안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심리현상입니다. 상대적 박탈감도 인류가 시대를 초월해 경험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풍요로운 시대라 박탈감이 더 큰 겁니다. 3포 세대 아니 N포 세대라고요? 20대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70대에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떠날 사람들입니다. 다음 세대에 넘겨줄 세상은 바로 여러분이 만드는 거예요. 그에 필요한 시간, 열정, 자산도 여러분의 것입니다. 포기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요. 시간은 여러분의 편입니다. 

양극화가 극심하다고요? 이집트 파라오와 헤브라이 노예들의 삶만큼 격차가 클까요? 인류의 역사 전체를 조망해 보면 중산층의 등장은 후기 산업주의 사회에 나타난 독특한 현상이에요. 이 시대 중산층이 무너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고 건강한 중산층이 확대돼 마땅하지만 그것이 여러분이 무엇이든 포기할 이유는 못 됩니다.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쁜 상황을 타개하는 건 여러분 어깨에 지워진 책임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건 여러분 세대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이 책임을 다하고 특권을 행사할 통찰력과 혜안을 길러야지, 왜 포기합니까? 위기의 시대 불안감이 큰 건 그게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취업이 어려운 건 참 문제예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야겠지만 그보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주변 사람 말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게 좋은 직장 잡는 거보다 중요해요. 하고 싶은 일에 재능이 있으면 금상첨화지만 재능은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재능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믿음 연습을 하세요.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는 선택, 남을 위해 쓰임 받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으면 내가 가진 거와 상관없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을 돕다 취업의 길이 열리는 사례를 나는 많이 봤습니다. 내가 아는 어느 청년은 실직 후 선교ㆍ봉사 활동 길에 따라나섰습니다. 일행 중 연장자들의 짐을 들어주는 등 그가 사는 모습을 일주일 동안 지켜본 중소기업 사장이 “우리 회사에서 일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재취업을 했고 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뭘 도울 건지 생각하다 보면 길이 열리고, 기회가 닥칩니다.

인생의 목표가 낮고 낮은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인생 전체가 낮은 수준에 머뭅니다. 높은 가치를 추구해야 그런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얻죠. 가치 지향적으로 살아야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있어요.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조차 좌절하는 건 나의 선택입니다. 상황에 대한 반응을 내가 선택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 훈련이라고 할 수 있죠.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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