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증권사 수장들의 고민

‘1강 4중’ ‘3강 구도’…. 최근 벌어진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을 두고 하는 얘기다. 시장은 대형 증권사의 인수ㆍ합병(M&A)이 마무리되면서 업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M&A에 성공한 증권사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M&A에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 국내 대형 증권사의 M&A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감원규 NH투자증권 사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뉴시스]

대형 증권사 M&A에 포문을 연 곳은 NH투자증권이다. 2014년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으로 시장에 나온 우리투자증권을 1조500억원에 인수하며 단번에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김원규(55) 사장을 통합증권사의 초대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메릴린치골드만삭스 등 선진 투자은행(IB)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며 “규모는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대표 증권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자산 57조원, 자기자본 5조7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7.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장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우리투자증권의 IB 부문과 NH농협증권의 촘촘한 영업망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A 초기 리서치센터 통합, 인사복지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갈등을 겪었지만 지난해 9월 두 노조가 합치기로 하면서 갈등은 봉합됐고, 실적도 늘어났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2%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45.1%, 150.4% 늘어났다.

이는 IB 부문의 실적이 증가한 덕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에 한라비스테온 인수금융, 씨티센터타워 매각, 대한항공 유상증자, LIG넥스원이노션 등의 기업공개(IPO), 홈플러스 인수금융 등을 수행하며 IB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의 1위 자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M&A로 출범 2년 만에 증권사 순위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더 이상 외형 1위라는 시장 지위를 활용하기 어려워졌고 아직은 NH투자증권 브랜드가 고객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며 “경쟁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도록 전략적 브랜드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대형 매물인 KDB대우증권을 인수, 자기자본이 7조7500억원(미래에셋증권 3조4300억원+KDB대우증권 4조32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났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브로커리지IB 등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KDB대우증권의 해외투자 경험을 활용해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은 KDB대우증권의 합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25일 본계약을 체결했고 3월 18일 매매 가격을 2조3205억원으로 확정해 가격조정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 7일에는 인수대금 2조820억원을 납부하고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미래에셋, 통큰 베팅으로 1위 우뚝

성공적인 통합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다름 아닌 박현주(57) 미래에셋 회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회장직을 사임하고 대우증권 회장직을 맡아 통합을 진두지휘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업무보고를 받고 ELS(주가연계증권)의 비중 축소와 해외투자 활성화를 지시했다. 통합증권사의 사명도 ‘미래에셋대우’로 확정했다.

박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의 반발이다. KDB대우증권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부터 미래에셋의 인수를 반대했다. 대형 증권사끼리의 합병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박 회장은 “합병을 하면 구조조정을 많이 하지만 그 부분은 벤치마킹하지 않을 것”이라며 “두 회사를 통합하면 인적자산이 210조원에 달하는 만큼 점포수를 더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우증권 노조가 ‘미래에셋 배지 불패 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노조는 지난 4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 회장이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사진을 보고 크게 반발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잔금을 치르기도 전 업무보고를 통해 피인수법인의 대표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직원의 정서를 무시한 박 회장의 밀어붙이기식 독단적 행보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합병 과정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성공적인 합병 여부는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KB금융지수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증권사 인수를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31일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 결과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6200억원에 불과했던 자기자본을 단숨에 3조9000억원(현대증권 3조2700억원)대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업계 순위도 18위에서 3위로 수직상승하게 됐다.

윤종규(62) KB금융지주 회장은 통합 증권사를 발판삼아 그룹을 ‘한국형 BoA메릴린치’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회장은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BoA메릴린치의 성공모델을 참조해 한국형 유니버설뱅킹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는 자산관리과 기업투자금융 분야를 특화해 1등 금융사로 다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KB. 2전3기 만에 M&A 성공

KB국민은행의 폭넓은 영업망과 3800만명의 개인 고객을 활용해 자산관리 분문을 강화하고 주식발행시장에서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의 리테일 네크워크를 활용한 시너지 창출이 전망된다”며 “현대증권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외 부동산 투자부동산 금융 부문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7000억~8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시장은 거듭된 M&A의 실패로 마지막 대형 증권 매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B금융에게 현대증권의 M&A는 큰 의미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너지 발생 여부는 KB금융에서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아직 인수 정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M&A를 위해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 있다”며 “시너지 효과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