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적자운영 괜찮나

▲ 막대한 손실에도 쿠팡은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사진=뉴시스]

실적이 공시되기 전까지 소설커머스 업계 안팎엔 이런 소문이 나돌았다. “쿠팡의 영업손실이 5000억원에 달한다.” 13일 오후, 소문은 현실이 됐다. 쿠팡은 올 1분기 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 측은 “투자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여유를 부렸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지나친 가격경쟁과 배송전쟁을 벌이고 있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올 1분기 ‘밑지는 장사’를 했다. 소셜커머스 빅3 티켓몬스터·위메프·쿠팡은 모두 수천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해 동안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그중 쿠팡의 손실액이 가장 심각하다.

‘5470억원’.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법인명 포워드벤처스)이 공개한 2015년 영업손실이다. 당기순손실만 5260억원에 이른다. 회사 측은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손실의 89%를 차지하는 물류와 ‘로켓배송’ 비용이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거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고객 경험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쟁여 놓은 투자금만으로도 재원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545억원)를 투자받았다. 2014년에는 미국 세쿼이어캐피탈과 블랙록으로부터 각각 1억 달러(1154억5000만원)와 3억 달러(3463억5000만원)를 유치했다. 액면만 보면 믿을 구석이 있는 게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손실이 지나치게 많다. 항간에서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절반 이상 썼을 거란 분석까지 나온다.

사실 쿠팡이 지난해에만 적자 운영을 한 건 아니다. 2013년, 2014년에도 그랬다. 주식회사로 전환한 2013년에는 매출 477억9983만원에 당기순손실이 12억6401만원이었다. 이듬해에는 3484억9743만원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약 630% 껑충 뛰어올랐지만 영업손실은 1215억4802만원, 당기순손실은 1194억3629만원에 달했다. 5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매출은 증가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해 1조1337억5232만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적자운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도 그렇게 잡혀 있다. 지난해 11월 김범석 쿠팡 대표는 ‘제2차 물류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쿠팡은 로켓배송 인력을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만명과 1만5000명 수준까지 늘린다. 물류센터도 2016년에 16곳, 2017년에 21곳으로 확대한다. 돈 들어갈 구멍이 많다는 거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송비를 부담하기는 버거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쿠팡은 2019년에야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1994년 설립된 아마존도 물류센터 구축, 운영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쏟아 붓던 비용이 감소하기 시작한 2002년에야 첫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게 기준이다. 하지만 그는 “업계의 과도한 경쟁이 계속되면 그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적자운영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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