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재무설계 | 환매조건부채권의 역설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기간이 지난 뒤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상품인 환매조건부채권(RP). 이 채권은 단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적합한 금융상품이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기간도 1~6개월로 짧다. 하지만 예금자보호가 안 된다는 단점도 있다.

▲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방안으로 환매조건부채권이 주목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처음 재무설계에 나서는 투자자는 노후 대비, 내집 마련 등 중ㆍ장기적인 계획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무설계는 먼 미래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1년 후 이사자금, 차량 구입비 등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1~2년내 필요한 단기자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단기자금은 원금 손실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운용해야 하고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한다. 단기자금을 마련할 때 주식 등 고위험 자산보다 은행의 수시 입출금식 통장처럼 안전한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게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단기자금을 운용해 적정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은행의 수시 입출금식 통장에서는 이자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수익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기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환매조건부채권(RPRepurchase Agreements)’이다. RP는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수익률 5%의 10년 만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증권사는 중단기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간이 긴 채권이 필요 없다.

그래서 이를 6개월 뒤 원금과 2.5%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여 고객에게 판매한다. 대상 채권으로는 국채지방채특수채회사채 등이 있다. RP는 금융회사와 고객 사이에 실제로 채권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다. 은행 예금처럼 이뤄지는 거래로 고객은 채권 대신 RP 통장을 개설하면 된다. 사실 채권은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재테크 영역이다.

국공채회사채의 경우 만기가 3~5년 길게는 10년으로 길고 거래 단위도 크기 때문이다. RP는 이런 단점을 해소한 금융상품이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기간도 1~6개월로 짧다. 이처럼 RP의 장점은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힘든 채권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채권투자 만기를 투자자의 단기 재무목표에 맞게 설정하는 것도 용이하다. RP는 3개월에서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동화하는 것이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해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RP의 금리는 매입 시기에 확정돼 있어 나중에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약속된 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수시입출금도 가능하다. 자유약정식 RP 상품을 활용하면 일반 채권투자와 달리 약정된 이율로 언제든지 입출입이 가능하다. 물론 유의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 RP는 거래 방식이 은행 예금처럼 이뤄져 예금자보호가 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 단기자금은 안정성이 높고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하지만 이는 엄연한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상품으로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상품을 선택할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수시 RP는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약정식 RP의 경우 약정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인출하면 확정금리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또한 약정식 RP의 경우 펀드처럼 중도환매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중도환매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이율이 조금 낮더라도 자유약정식 RP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최근 증권사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으로 고금리를 보장하는 RP를 특별판매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시중 증권사의 경우 최고 연 7%의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ISA를 활용하고자 하는 고객이라면 고객유치에 불이 붙은 지금을 노리는 게 유효하다. 하지만 단순히 고금리를 제공하는 RP에 가입하기 위해 ISA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 ISA는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부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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