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빨간불 켜진 한국 화장품

▲ 한국 화장품 업계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판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 화장품이 로컬 브랜드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자국 브랜드를 대놓고 육성하는 중국 정부 정책도 한국 화장품을 옥죄고 있다. 한편에선 ‘중국시장을 평정했던 한국 스마트폰의 아성이 삽시간에 무너졌듯 국산 화장품도 그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점유율은 5.3%로 2009년 0.7%보다 5.23%포인트 올랐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같은 시장에서 1.1%의 점유율을 기록, 상위 20위권에 진입했다. 중국의 대對한국 화장품 수입 비중도 2009년 5.3%에서 2015년 23.0%까지 확대됐다. 당연히 국내 화장품의 중국향向 수출액도 늘었다. 2015년 상반기 매출액은 5억4292만 달러(약 6262억원)로, 2014년 동기(2억1564만 달러·약 2487억원) 대비 151.8% 증가했다. 중국향 매출액은 같은 기간 화장품 총 수출액(약 1조6060억원)의 약 39%를 차지했다.

국내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는 ‘가성비’가 좋아서다. 최근 중국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경기불황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레알 등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보다 가격이 싸고, 중국산 제품보단 품질이 좋은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중국 내 소득·소비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K-뷰티 현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로컬 브랜드가 품질이 향상된 중저가 화장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벌써 한국 화장품의 시장점유율을 추월한 로컬 브랜드도 있다.  바로 ‘상하이자화上海家化’와 ‘자란그룹伽藍集團’이다. 이 회사들의 2015년 스킨케어 시장점유율은 각각 3.3%, 3.2%를 기록, 2.8%에 머무른 아모레퍼시픽을 추월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화장품 산업의 육성에 부쩍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브랜드 마케팅 전략가 그룹인 WK마케팅그룹 김왕기 대표는 “최근 3년 사이 중국 정부가 국내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을 무차별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며 “거칠 것 없어 보였던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최근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3월 24일 중국 정부가 자국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발표한 ‘해외직구 세제조정 정책’도 업계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중국은 해외직구 면세혜택을 폐지하고 해외직구 수입상품에도 일반 수입화물처럼 관세와 증치세(부가가치세)·소비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박종대 한화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직구의 수혜를 입었던 국내 중저가 브랜드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국 화장품 업계의 지나친 중국 의존도 역시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K-뷰티 바람이 불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실상은 반대”라며 “국내 업계가 중국 시장에 의존해 불황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제2의 중국을 찾아내 시간과 기술을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품경쟁력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색조 분야 등 더욱 세분화된 제품 기술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뷰티 거품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얘기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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