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공항 면세점 창고 임대료, 강남 오피스보다 3.2배 비싸다
[단독] 인천공항 면세점 창고 임대료, 강남 오피스보다 3.2배 비싸다
  • 이윤찬 기자
  • 호수 187
  • 승인 2016.04.2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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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불편한 민낯

 

면세점 물품이 상자째 쌓여 있다. 창고의 층고層高는 그리 높지 않고, 복도는 비좁다.  바닥은 물품을 자주 나른 탓인지 ‘상처투성이’다. 곳곳엔 검은 때가 끼어 있다. ‘동북아의 관문關門’ 인천국제공항에 둥지를 틀고 있는 화려한 면세점. 그 뒤편에 있는 ‘물품보관창고’의 민낯이다. 문제는 이 창고의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익명을 원한 면세점 업계의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임대료 장사로 배를 채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면세점 창고의 임대료, 어느 정도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 취재했다.

■ 인천공항 면세점 창고, 서울 강남 오피스보다 3.2배, 명동보다 2.9배 비싸
■ 중소기업 4곳 평균 창고 임대료, 대기업보다 월 2만7251만원(3.3㎡당) 비싸
■ 면세점이 330㎡(약 100평) 창고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소기업의 임대료가 대기업보다 월 272만5100원, 연간 3270만1200만원 많은 셈.
■ 면세점 창고는 공개경쟁입찰 절차 없이 인천국제공항이 직접 결정
■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창고 임대료 산정 근거 공지 안 해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의 7개 면세점이 각각 사용하는 ‘물품보관창고(이하 창고·사무실 포함)’의 임대료가 서울 강남 오피스보다 3.2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면세점의 창고 임대료가 대기업 대비 월 평균 2만7251원(3.3㎡ 기준·부가세 포함) 비싼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면세점이 330㎡(약 100평) 규모의 창고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월 272만5100원(연간 3270만1200원) 많은 임대료를 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면세점 창고의 임대료는 공개경쟁입찰 절차를 밟지 않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결정한다. 인천공항에는 대기업 면세점 3개(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조선호텔)와 중소기업 면세점 4개(시티플러스·삼익악기·SM면세점·엔타스듀티프리) 등 총 7개가 입점해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3기 사업자로 선정됐다.

강남·명동보다 비싼 창고

더스쿠프(The SCOOP)가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단독 입수한 ‘2016년 면세점 창고(사무실 포함·업무용시설) 임대차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7개 면세점 업체의 창고 임대료는 월 평균 22만3636원(3.3㎡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과 명동 일대 오피스 임대료의 각각 3.2배, 2.9배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 부동산 지역별 임대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강남과 명동 오피스의 월 임대료는 3.3㎡당 7만290원, 7만7550원이다.

면세점 업체들이 고가의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는 창고에 특별한 기능이 있는 건 아니다. 면세점 물품을 잠시 보관하는 말 그대로 ‘창고’일 뿐이다. 하지만 면세점 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창고를 빌릴 수밖에 없다. 관세법 고시상 물품보관창고가 없으면 면세점 특허를 받을 수 없어서다. 

문제는 창고 임대료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인천공항공사 외엔 잘 모른다는 점이다. 돈을 내는 ‘소비자’ 격인 면세점 가운데 ‘임대료 가격의 근거’를 공지 받은 곳은 없다. 면세점 업체들이 창고 위치를 재량껏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뿐만 아니라 창고 위치까지 맘대로 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항의할 수도 없다. 인천공항공사가 ‘갑甲’, 면세점이 ‘을乙’이라서다.

공사·공공기관이 내부시설물의 임대료를 자의적으로 산정하는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 유통·임대사업 투명성 제고(2012)’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 공공기관은 임대료 산정 등에 대한 별도의 지침 없이 경영진의 내부방침과 판단만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 임대료 산정 기준인 기초금액의 비공개로 과도한 임대료 납부가 가능한 구조다. 그럼에도 입점업체들은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공인감정평가법인에 임대목적물의 감정·평가를 맡기고, 그 결과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한다”면서 “외부검증을 받은 임대료이기 때문에 객관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객관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는 인천공항공사 측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소기업 4곳의 월 임대료 평균치가 대기업 3곳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창고 임대차계약 현황’ 에 따르면 중소기업 4곳의 평균 월 임대료는 23만5315만원(3.3㎡ 기준)이다. 대기업 3곳의 평균치 20만8064원보다 2만7251원 비싸다. 언급했듯 면세점이 330㎡의 창고를 사용한다면, 중소기업의 임대료가 대기업보다 월 270여만원 많다는 얘기다.

中企 창고 임대료 왜 비싼가

3.3㎡당 가장 많은 임대료를 내는 면세점도 중소기업인 SM면세점이다. 이 면세점은 월 24만2240원을 납부하는데, 이는 가장 적은 임대료를 내는 롯데면세점(월 19만2892원)보다 월 4만9348원 많은 수치다. 두 면세점이 330㎡의 창고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소기업 SM면세점의 임대료가 대기업 롯데면세점보다 월 493만4800원 비싸다는 얘기다.

그뿐만이 아니다. 3.3㎡당 임대료가 비싼 면세점 2·3위 역시 삼익악기(월 23만82 29원), 엔타스듀티프리(월 23만6009원) 등 중소기업이다. 익명을 원한 면세점 업계의 관계자는 “창고 임대료가 상당히 비싸다는 건 면세점 업체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 “불만이 있었지만 슈퍼갑 인천공항공사의 눈치를 보느라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인천공항에 입점한 중소 면세점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그렇게 홍보하더니, 실제론 그렇지도 않았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인천공항의 과도한 임대료가 논란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당시)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상업시설 임대료 현황’에 따르면 여행자 보험사, 휴대전화 로밍사, 면세점의 월 임대료(3.3㎡기준)는 각각 2116만원, 1155만원, 940만원에 달했다. 그해 6월 서울 명동의 임대료가 월 87만원(3.3㎡기준·한국감정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임대료 수준임에 틀림없다.
 

▲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뒤편엔 물류보관창고가 있다. 이 창고의 임대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의 현재 수익구조로는 ‘임대료 장사’를 포기하기 어렵다. 인천공항의 전체 수익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의 2015년 상반기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항공 부문(운항·여객)의 수익 비중은 전체의 38.4%다. 반면 임대·유틸리티 수익 비중은 10.2%에 이른다. 여기에 상업 수익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60%를 훌쩍 넘는다. 인천공항이 본업(항공)이 아닌 부업(상업·임대·유틸리티)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인천공항이 롤모델로 삼은 프랑크푸르트 공항(독일), 스키폴 공항(네덜란드)의 항공 부문 수익 비중은 각각 61.9%, 59.1%다.

익명을 원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인천공항의 임대료가 비싸다는 지적은 수년 동안 끊이지 않았지만 일정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인천공항공사로선 임대료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인천공항의 가장 심각한 딜레마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런 딜레마 때문에 애먼 기업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엔 ‘잔인한 딜레마’다. 인천공항을 더 이상 ‘임대료 먹는 하마’로 놔둬선 곤란한 이유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김다린 더스쿠프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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