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테러리스트, 다르지만 같은…
의사와 테러리스트, 다르지만 같은…
  •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 호수 187
  • 승인 2016.04.2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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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암살 ❶

▲ 영화에 등장하는 암살단도 테러리스트와 속성은 같지만 우리는 그들을 애국자라 부른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요즘 1000만 관객 영화는 흔하지만 모든 감독에게 허락되지는 않는다. 영화 ‘암살’로 확실한 1000만 관객 흥행감독으로 자리를 잡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조금 독특하다. 2004년 그는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다섯명의 전문사기꾼들이 저축은행이나 일반은행도 아닌 한국은행을 터는 과정을 엮어내면서 사기와 범죄 전문 감독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타짜(2006)’와 ‘도둑들(2012)’ 등으로 범죄물 영역을 확고하게 다진다. 최 감독은 그 이유를 “반사회적인 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반사회적 인간군상’ 추적에 일가를 이룬 최 감독이 ‘느닷없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암살단을 다뤘다는 건 뜻밖이면서도 흥미롭다. ‘암살단’도 사기도박단이나 금고털이단이나 어쩌면 그 속성상 이미 구조화된 사회의 조화와 균형, 안정을 깨는 ‘반사회적 집단’이기는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일제의 통치가 가장 안정기에 접어든 1933년, 전설적인 독립운동가 약산若山 김원봉(조승우)의 지휘하에 한국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발물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이 모여 암살단이 구성된다.

이들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한국은행을 털고, ‘도둑들’에서 난공불락의 홍콩 금고를 털었던 것처럼 비밀리에 조선주둔군 사령관 가와구치 마모루(박병은)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의 생명을 노린다. 적극적 친일이든 소극적 친일이든 강인국을 비롯한 그 당시 대부분의 친일 조선인이 ‘사회적’이라면 친일파 강인국을 기어코 암살하겠다는 안윤옥은 분명 ‘반사회적’이다.

암살은 테러리즘(terrorism)의 일종이다. 테러리즘은 넓은 의미에서 특정한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이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무력과 위협을 통칭한다. 현대사회에서 테러리즘은 사회의 주요 위협으로 간주된다. 모든 국가들이 앞다퉈 ‘테러방지법’을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쟁에 관한 법(laws of warㆍ국제법)’에서는 비전투원(non-com batant)인 민간인과 군무원, 적군 포로에 대한 무력사용을 비롯해 무력을 동원한 위협까지 전쟁범죄로 간주한다. 다시 말해 암살은 테러리즘의 가장 극적인 행위이며, 당연히 암살이나 테러리즘은 결코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 ‘암살’에서는 가장 극적이고도 ‘반사회적’인 테러리즘이 미화되고 상찬의 대상이 됐다.

특히 경성으로 암살작전을 수행하러 떠나기 전에 한자리에 모인 암살단 대원들은 김원봉에게 암살 임무 수행 중 불가피하면 민간인을 죽여도 되느냐고 묻는다. 김원봉은 단호하게 말한다. “어떤 경우라도 민간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 대단히 숭고하고 규범적으로 보이지만 그들이 암살대상으로 설정한 강인국 역시 엄연한 민간인이다.

▲ 김원봉은 암살단원들에게 “어떤 경우라도 민간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친일파 강인국 역시 민간인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930년 간도사변의 학살 책임자로 설정돼 ‘죽여 마땅한’ 가와구치 마모루 역시 비전투원이다. 객관적으로 혹은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엄연한 테러리즘이다. 그러나 안윤옥을 비롯한 암살단 누구도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한국인 모두는 그들을 ‘애국자’ ‘의사義士’ ‘열사烈士’로 부른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자살폭탄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의 아랍인들에게 ‘성스러운 Jihadi(성전 전사)’ 혹은 ‘Mujaheddin(게릴라 전사)’이다. 테러리스트나 의사義士는 결국 관점에 따른 동의이음어同議異音語일 뿐인 셈이다.

테러를 가한 집단과 테러를 당한 집단 사이에 이들에 대한 호칭이 통일되기 전까지는 두 집단 사이에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백범 김구 선생이나 김원봉 선생의 이름 앞에 최소한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떼어내거나, 이들을 ‘자유의 투사’나 ‘애국열사’라고 규정할 수 있을 때 양국의 위안부 문제도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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