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저금리의 폐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저금리 정책이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정책이 경치침체를 해결하는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기준금리 동결 10개월째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 저금리 지고자 계속되고 있지만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준금리는 시중은행과 중앙정부은행 사이에 적용되는 금리로 한달에 한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테일러준칙’이라는 금리 결정 모델을 가지고 적정물가와 현재물가의 차이, 적정 성장률과 현재 성장률의 차이를 감안해 결정한다. 물론 금융시장의 불안요소와 같은 정성적인 문제도 금리 결정에 반영한다.

이렇게 결정된 기준금리는 단기 금리의 즉각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시차를 두고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리면 단기 금리가 떨어지고 장기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면 투자자는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거나 소비를 늘린다. 이 과정에서 장기 금리 수준에 따라 시중 통화량과 부채규모도 변화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최근 계속된 저금리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기업ㆍ정부 부채까지 감안하면 정책금리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에서 수조원의 돈이 사라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마이너스금리다. 마이너스금리는 은행에 이자를 내고 돈을 맡기는 것과 같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반인에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 명목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예치한다. 마이너스금리는 중앙은행에 맡기 시중은행의 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지 말고 대출을 활성화해 시중에 돈을 풀라는 정책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마이너스금리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고 일본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하고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에 1.5%로 낮아진 이후 10개월째 현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기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금리 정책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도 하지만 경기 침체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은 정책의 의도대로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을 때 발생한다.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고 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지 않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유동성 함정’이라고 부른다. 경기 상황을 비관한 경기주체가 많아지면서 돈이 많아도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저금리의 폐해는 우리보다 먼저 저금리 상황을 겪었던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기 반등 노린 저금리 정책

일본 정부는 1980년대 대규모 무역흑자에 따른 엔화 강세를 막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통화량 증가와 저금리 정책을 선택했다. 저금리 정책의 단기적인 효과는 있었다. 통화량 증가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자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자산 가격의 상승도 이끌었다.

실제로 1980년대 당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미국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저금리가 가져다 준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금리가 만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한번에 터지면서 부동산 가격 폭락과 주식시장 붕괴라는 위기를 맞 았다. 이는 저금리 기조에도 근본적인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금리인하나 양적완화의 한계가 들어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기업 불량채권급증과 금융회사 부실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금리를 믿고 돈을 빌려 부동산을 매입했지만 경기 부진 장기화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으로 기업과 가계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고 은행 등 금융권이 이 부채를 흡수하지 못하면서 금융권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1980년대 보험사들이 팔아놓은 고금리 상품이 저금리의 영향으로 역마진이 발생했고 버블 해소 과정에서 이를 견디지 못한 대형 보험사 8곳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저금리 정책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고령화까지 진행되면 산업의 침체가 가속화됐다. 일본의 사례로 보면 저금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단기적으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경기 반등 효과를 내지만 침체가 길어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국가의 경제 기초 여건을 강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저금리 정책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예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이미 현실이 됐다. 실제로 1990년 9.8%를 기록했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2.6%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투자율도 39.5%에서 28.5%로 떨어졌다. 그만큼 돈의 수요가 줄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출생률 하락과 청년 실업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이미 세계최고 수준이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의 영향이 소비 감소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대외환경도 낙관적이지 않다. 산업 발전을 지속한 중국은 어느새 우리의 경쟁국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미국 역시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며 해외로 떠난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반짝 효과에 그친 저금리 정책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정부기업개인까지 모두 저금리가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위험은 예고 없이 갑자기 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저금리 정책을 넘어 장기적 희망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미 저금리 정책을 대신할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출산율을 높여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높은 청년실업과 함께 고학력을 넘는 필요 이상의 교육비와 시간이 소비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창업 지원 등으로 신규 일자리도 확대해야 한다. 지금의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저금리라는 쉬운 방법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