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장단점 분석해 보니 …

▲ ISA가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절세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ISA를 내놨다. 절세를 통해 서민 재산을 늘리겠다는 목적이다. 금융업계도 ISA 판매에 발 벗고 나섰다. 출시한 지 한달여가 흐른 지금,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인기가 시들해질 거라는 평가가 많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끝은 미미한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처럼 말이다.

145만1000계좌, 가입금액 9405억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출시(3월 14일) 한달 만의 판매 실적이다. 1인당 1계좌로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ISA 열풍은 가히 대단했다. 기대치였던 월 2조원대에는 못 미쳤지만 초반 성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당국과 함께 금융업계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며 고객을 유치한 결과다.

ISA는 서민의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금융당국이 개발단계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특히 ISA의 장점으로 내세운 비과세 혜택을 통해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재산을 늘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사실 금융당국이 서민들의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내세운 절세상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ISA가 출시되기 전엔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도 있었다.

첫 성적표 만족스럽지만…    
 
1976년 처음 출시된 재형저축은 2013년 3월에 재출시됐다. 10년 만기 상품으로 7년 이상 납부했을 시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는 게 특징이었다. 2014년 3월에 출시된 소장펀드 역시 5년 이상 유지했을 경우 납입액의 40%가 소득공제된다는 것을 집중 홍보했다.

이 상품들도 처음 출시됐을 당시엔 나쁘지 않은 판매실적을 올리며 서민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재형저축의 한달간 판매실적은 계좌 118만9909좌에 가입금액 2000억원 수준이었다. 소장펀드는 같은 기간 15만8451계좌에 243억6000만원을 판매했다. 소장펀드의 경우, 다소 규모가 적지만 펀드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2~3년이 흐른 지금 이 상품들은 금융당국의 기대만큼 인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의 해지자는 지난 1월 각각 8724명, 1724명에 달했다가 ISA가 출시된 지난 3월에는 1만6789명, 2125명까지 늘어났다. 이유는 절세 혜택을 받기 위한 의무 가입기간에 있었다.

절세 혜택을 받기 위해 재형저축은 7년, 소장펀드는 5년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게 사람을 지치게 만든 거였다. 특히 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의 중산층에게 5~7년 동안 자금을 묵혀둔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올해로 고정금리 기간(3년)이 끝난 재형저축이 이자를 4%대에서 2%대로 내리면서 고객들의 원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 결과, 비과세 혜택을 포기하고서라도 재형저축을 해지하겠다는 고객들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소장펀드는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상품이 30%대의 고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10~-20%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품도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 금융당국이 내놓은 재형저축ㆍ소장펀드ㆍISA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ISA는 다를까.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처럼 만기는 여전히 길다. 의무 가입기간 5년(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는 3년)이 지나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절세혜택은 조금 달라졌다. 수익금 200만원에 한해서만 비과세가 적용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기에 신탁 수수료와 상품수수료가 추가되면 실제 절세 효과는 크지 않을 거라고 분석한다. 비과세 한도가 200만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내실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은행에서 판매되는 ISA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가입된 ISA계좌의 90.7%는 은행에서 판매됐다. 반면 은행의 가입금액은 전체의 61.7%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이 44만원인 셈이다. 이는 증권사 ISA가입고객의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인 267만원에 한참을 못 미친다. ‘1만원짜리 깡통계좌’ ‘불완전판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SA가 1인당 1계좌로 제한되다보니 시장을 선점하려는 은행 간의 과당경쟁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6개 주요 시중은행을 찾았더니 모두 ISA 가입을 권유했다. 그중 “지금은 생각이 없더라도 일단 만들어 놓는 것이 이익”이라면서 무턱대고 권하는 곳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불편하기는 고객이나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ISA 실적 할당량 때문이다.

여기에 신한ㆍ우리ㆍ기업ㆍ국민은행 4곳은 지난 11일 일임형 ISA의 판매를 시작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은행이 투자일임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는지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증권사의 전문 운용인력이 평균 10~12명인데 반해 일임형ISA를 출시한 4개 은행은 평균 2명에 불과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애널리스트가 꾸준히 산업분석을 하는 증권사에 비해 은행은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상품 구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증권사에 비해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은행은 아무래도 펀드ㆍ파생상품보다 예ㆍ적금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은행의 ISA가 예ㆍ적금 위주의 구성이라면 일반 적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고위험 상품을 선택하기에는 아직 은행의 투자운용능력이 부족하다.

증권사 ISA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수수료도 천차만별이다. 물론 서비스가 좋고 수익률이 높다면 그에 합당한 수수료를 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입자가 수수료 구조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포트폴리오가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쉬운 상품들 위주로 꾸려져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사가 단기 수익성이 좋지 않은 주가연계증권(ELS)은 빼고 주식형 펀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식형 펀드는 원래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ISA 상품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상품에 알맹이가 없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은 확실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향후 수익률이 공개되면 고객들은 언제든 금융사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맹목적인 고객 수 늘리기는 의미 없다”고 설명했다. 내실을 쌓아 수익률을 올리면 고객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ISA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우려, 빈말이 아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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