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3당 체제가 들어섰다. 과연 이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에 힘을 쓸까. [사진=뉴시스]
‘정정正鼎’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올바른(正) 솥(鼎)이라는 뜻이다. 정정의 조건은 세 다리에 있다. 세 다리가 안정적으로 솥을 떠받쳐야 ‘정정’이라는 것이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우리나라 현실 정치판에 ‘3당 체제’가 등장했다. 이들은 과연 견제와 균형에 입각해 ‘정정’을 실현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의문이 더 많다.

4‧13 총선 결과,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3당 체제가 탄생했다. 국민은 이럼 변화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론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협치協治는커녕 권력을 움켜쥐기 위한 처절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본 포석을 깔아야 할 정당들이 권력욕에 취할 수도 있다는 거다.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는 ‘3당 체제가 들어선 정치판’에 중국 고사를 인용해 ‘원정정願正鼎’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 원정정이란 ‘정정正鼎을 원한다’는 뜻이다. 정鼎은 춘추전국시대 중국 천하를 제패한 제왕의 상징물인 솥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바른 솥 ‘정정正鼎’에는 ‘3개의 다리가 받침을 하고 있어 안정적이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는 당연한 이치다. 다리가 1개라면 독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2개라면 극과 극의 대립으로 의견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4개라면 편가르기 연합이 판을 칠 것이다. 5개라면 주체성이 보이지 않아 혼란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원정정’의 의미처럼 3개의 다리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원정정’의 주체가 솥이 아니라 현실 속 3개 정당(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이라는 점이다. 이 3개 정당이 삼각다리를 멋지게 펴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왠지 그럴 것 같은 감이 오지 않는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최고의 정정正鼎이 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3개의 다리는 동시에 만들어져야 더욱 튼튼하고 바르게 위치를 잡는다. 둘째, 3개 다리는 힘이 같아야 한다. 셋째, 3개 다리는 오로지 올바른 솥을 지탱하려는 동기가 같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3개 정당은 올바른 솥(正鼎)을 지탱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개 다리 중 하나인 국민의당은 급조된 느낌이 강하다. 지역적 편중이 심한데다, 창당 동기 역시 ‘대권’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기존 2개 정당 역시 올바른 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 더민주당 안팎에서 ‘권력투쟁’의 막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어서다.

그럼 3개 정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국민을 위한다는 일념 하나로 다양한 정책으로 무장하고, 필요하다면 합종연횡을 통해 최고선最高善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은 약한 다리에 힘을 보태 ‘정정正鼎’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정치란 올바른 솥 안에 정책이라는 재료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영양가 있는 요리를 만들어 국민이 골고루 먹도록 하는 것이다.

자! 이제 대우그룹 이야기를 해보자. 대우그룹도 사실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해 만든 솥이었다. 그러다 보니 업종이 무역‧건설‧전자‧자동차‧조선‧중공업‧통신‧섬유‧유통‧호텔‧의류‧신발‧골프장 등 전 산업에 걸쳐 있었다. 그 결과, 대우그룹의 솥은 떠받치는 다리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경영 스타일, 기업문화 등이 다른 수십개의 다리로 받쳐진 솥이었기에 역동적인 경영정책이 발휘되지 못했고, 이것이 그룹 붕괴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우그룹이 좀 더 빨리 수많은 다리를 통합했다면 망정亡鼎이 아니라 정정正鼎이 됐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주력 업종을 가급적 줄이는 편이 좋다. 필자의 컨설팅 경험으로 미뤄볼 때도 엇비슷한 3개가량의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이 가장 안정적이고 영속적이었다. 관련 업종의 시너지라는 미명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건 경계할 일이라는 얘기다.
김우일 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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