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형형색색의 물건과 밝은 불빛으로 1년 365일 소비자를 유혹하는 대형마트. 매장 곳곳에 즐비한 시식코너와 열과 행을 맞춘 다양한 상품 속에서 소비자는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심지어 TV광고에는 유명 스타가 출연해 마트에 돈을 쓰러 오면 신나고 행복할 것이라며 손짓한다. 이처럼 화려한 외피를 두른 마트는 흥미롭게도 ‘싼 가격’을 최고의 가치로 친다. 그래서 마트에 오면 “생활에 플러스”가 된다고 목청을 높이곤 한다. 정말일까.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는 것들」의 저자 신승철은 우리가 마트에서 소비하면 ‘생활에 마이너스’되는 게 더 많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마이너스’란 공동체 가치의 훼손이다. 저자는 마트 광고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하나씩 살 때마다 당신의 삶이 바뀌고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주문을 걸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트가 팍팍한 현실에 지친 개인이 순간적으로 혹할 만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이 처한 현실을 변화시키는 지름길은 이웃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는 공동체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아서다. 혹여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공동체가 개인을 품어 심리적 안정을 찾게끔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마트는 물건을 소비하며 느끼는 일시적인 쾌감만 계속 자극해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눈감아버리게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소비 패턴이 결국 공동체와 인간관계를 깨뜨리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건 또 있다. 마트는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소비할 자유’마저 빼앗는다. 마트에 종속된 삶에서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없으면 빌려 쓰는 습관을 만들어 나갈 수 없다는 얘기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얹어 준다는 1+1 가격표시가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대량구매를 부추긴다.

게다가 ‘최신·신상’ 이미지를 담은 각종 광고영상까지 넘쳐난다. 이러니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영상 속 연예인들의 화려함을 동경하고, ‘그들에게는 있으나 나에게는 없는 그 무엇’을 사기 위해 소비자는 마트로 간다.

하지만 이렇게 구매한 식자재와 의류의 종착지는 애석하게도 냉장고와 옷장이다. 저자는 이런 비주체적인 소비에는 ‘낭비’가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독자에게 마트가 주는 환상의 이면을 직시하고, 주체적으로 소비할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을 권고한다.

마트 중심 소비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대안은 무너진 공동체와 관계 회복이다. 생활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재발견해야 한다는 그의 제안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마트 중심의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 이젠 자각할 때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