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해법은 없나

▲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더라도 그들의 핵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사진=뉴시스]
“해법이 안 보인다.” 개성공단 사태를 보는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다. 북한의 핵개발 제재수단으로 철수 조치를 내린 이상 공단 재개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거다. 반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견해도 있다. 흥미롭게도 한가지는 분명히 일치한다. 공단 폐쇄보다는 재개가 우리에겐 더 큰 이익이라는 점이다.

개성공단이 ‘철수’에서 ‘폐쇄’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일부 입주기업은 새 공장 부지를 찾아 나섰고, 일부 직원은 새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효성 논란은 있지만, 정부도 2013년보다는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는 거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의 고정자산 피해액만 약 5688억원, 재고자산 피해액은 약 2464억원이다. 거래선이 끊기고 보상 문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영업을 못해 발생하는 피해액은 별도다.

게다가 124개 기업의 협력업체들이 입는 손해, 입주기업으로부터 해고되거나 휴직 상태로 전락한 노동자들이 보는 경제적 손해, 그로 인한 각종 사회적 비용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가 주장하는 피해액을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걸 감안해도 조단위 이상의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제각각이지만,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보다 유지 혹은 재개하는 게 우리에겐 더 이익”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진향 박사(전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개성공단이 가동될 때 124개 기업 가운데 부도 난 곳은 한 곳도 없었다”면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낮지만 노동생산성은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개성공단이 더할 나위 없는 투자처다”라고 말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가운데는 정부의 신뢰가 깨지면서 개성공단이 재개되더라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이들이 꽤 있지만, 그건 두고 볼 일”이라면서 “말이 통하는 저임금 노동력, 가까운 거리, 유•무형의 혜택 등 입주를 통해 얻는 이익은 위험부담을 짊어질 만한 매력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2010년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강원도 고성이 어떻게 폐허로 변해갔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개성공단은 그 전철을 밟고 있다. 그런 면에서 향후 개성공단 재개나 제2의 개성공단 혹은 제2의 금강산관광특구를 만들 심산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우리에게 이득이라는 점에는 전원 동의했지만, 정부의 선택을 평가하는 데는 의견이 갈렸다.

김진향 박사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 실책’으로 봤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과 홍민 동국대(북한학) 교수, 홍순직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했다.

공단 재개 가능성을 두고도 다른 의견이 많았다. 양무진 교수는 “아직 북한이 법적인 청산절차를 밟지는 않았다”면서 “5월 북한 당대회 이후 여소야대 국회가 열리면 공단 재개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 경제가 어렵고, 야권이 모두 개성공단 재개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면서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을 정부에 주거나 5월 북한 당대회 이후에 남측이 북한 핵문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제스처를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은 “공단 폐쇄 이유로 내세운 북한의 핵실험 밀어붙이기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공단 재개를 운운할 명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요한 건 전문가들이 정부에 실책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는 거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은 “갑작스럽게 철수 조치를 취하고, 자산을 회수할 수 있는 출입도 단 1회로 한정됐다는 점 등은 분명 정부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홍순직 객원연구위원도 “정부가 대북제재를 선제적으로 취한 점이 미국과 중국의 제재를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우리 기업들이라는 걸 간과하고 성급하게 결정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대북정책 철학 부재에서 비롯된 완벽한 실책”으로 규정했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책임 소재가 정부에 있다는 거다. 정부의 실책이 직접적인 입주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데에도 대부분 동의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쓸 수 있는 지원책은 다 해서라도 피해를 본 입주기업과 노동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업주와 노동자들은 공단 폐쇄로 인해 살길이 막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진향 교수와 양무진 교수는 “정부가 신뢰를 저버린 만큼 이번 기회에 특별법 제정은 물론 헌법소원까지 마무리하고,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입주기업들의 ‘실질적 피해액 보상’과 ‘이후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위한 지원’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지원 수위를 조금 낮게 설정했지만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은 “특별법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지원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니 기업들도 양보는 해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기업들이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으니 계속 경영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의 과감하고 현실적인 지원은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순직 객원연구위원도 “개성공단 특별법 만들어지면 금강산도 만들어야 하는데, 형평성 문제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 때문에 피해를 본 건 기업들이니까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북관계 철학도 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금강산관광을 폐쇄하든 개성공단을 폐쇄하든 북한의 기조는 바뀐 적이 없다는 걸 인식하고, 인식 전환을 전제로 제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특히 양무진 교수는 “미국도 70년이 넘도록 각종 제재수단을 써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면서 “향후에도 이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면 손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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