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칼바람

정부가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우선 적자에 허덕이는 해운ㆍ조선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침체에 따른 물량 감소, 운임비 하락, 고가의 용선료까지 3중고를 겪고 있는 해운사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

▲ 정부는 조선·해운 업종의 구조조정을 우선 실시한다는 계획이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죽을 각오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사즉생死則生’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4월 26일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경쟁력 없는 산업과 기업은 경쟁력을 보완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명운을 좌우하게 된다"며 “사즉생 각오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구조조정에 힘을 실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 4월 2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 흐름을 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썩은 살을 도려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을 중심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추진하되 정부는 이런 구조조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며 “채권단이 부실을 선제적이고 엄정하게 인식 처리하도록 점검ㆍ독려ㆍ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의 방향은 조선ㆍ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 상시 구조조정, 공급 과잉업종 등 세가지 트랙이다. 정부는 가장 시급한 조선ㆍ해운 업종의 구조조정실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 운임하락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계속된 경영정상화에도 해운 기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지난해 62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무려 2006.54%로 치솟았다. 결국 지난 2월 자본금잠식률이 50% 이상인 자본잠식 공시했다. 지난 3월 10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주식 7주를 1주로 줄이는 감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식거래가 2주간 정지됐다.

다행히 현대상선은 지난 3월 30일 채권단이 자율협약 개시와 금융권 채무 3개월 상환유예 등에 동의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시장은 자율협약 개시가 용선료(선박 임차료)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이 무너질 경우 선박을 용선할 다른 선사를 찾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상선에게 제시한 용선료 협상 시한은 5월 중순까지다.

구조조정 1순위 해운ㆍ조선

한진해운도 지난 4월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진중공업ㆍ현대상선에 이은 올해 세번째 자율협약신청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영업상황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영업손실로 발생한 누적손실액이 1조7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848% 기록하고 있다. 사채를 포함한 총차입금은 5조6000억원으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약 1조원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진해운은 터미널 매각 1750억원, 사옥 매각 1022억원, 에이치라인 지분 등 자산매각 1340억원 등 총 4112억원 자구 계획을 제출했다. 또한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구계획안에서 용선료 인하 협상과 운영자금 마련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한진해운의 사모사채 60%가량인 4300억원을 보유한 신용보증기금이 자율협약에서 빠지기로 결정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채권단은 보완된 자구안을 바탕으로 5월 4일까지 자율협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한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그룹 역시 2013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지원은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한 지 2년 만에 경영권을 포기해 대한항공의 장기 신용도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하지만 한진해운 관련 자산 부실화와 추가지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해운사의 회생 여부는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9000억원을 용선료로 지불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지불한 용선료는 2조6200억원에 달한다. 비싼 용선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채권단이 투입한 재원이 회사 정상화보다 해외 용선업자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용선료 협상에 달린 해운사의 운명

이에 따라 정부 당국도 용선료 협상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임 위원장은 지난 26일 “5월 중순까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채권단 선택은 법정관리뿐”이라며 “해외 선주사들에 이 같은 채권단 의견을 담은 최종제안서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동일한 원칙과 과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 구조조정은 용선료 협상이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며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해운시장의 얼라이언스(해운동맹)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못하면 변화하는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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