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석달] 우리의 다섯가지 딜레마
[개성공단 폐쇄 석달] 우리의 다섯가지 딜레마
  • 김정덕ㆍ노미정ㆍ고준영 기자
  • 호수 189
  • 승인 2016.05.03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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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이 꽉 막힌 개성공단 해법 찾아야

▲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입주기업 사업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사진=뉴시스]
“살려 달라.” 자산을 잃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업주와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정부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다.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이 3년 만에 또다시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폐쇄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지원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무얼 내놓은들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부분 딜레마에 막혀 있어서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벌써 석달째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로 연간 1억 달러로 추산되는 외화벌이에 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의도가 돈줄을 막아 핵실험 등으로 무기를 개발해온 북한을 제재하겠다는 거였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표면적 성과일 뿐이다. 특히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공장과 설비, 각종 자재 등이 모두 북한에 묶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투자자산의 대부분을 잃을 처지다. 납품을 못하게 되면서 거래처 신뢰도는 떨어졌고, 거래선도 끊길 판이다. 투자자의 신뢰도 잃어 상장기업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개성공단을 대체할 공장설비, 거래선, 인력 등을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엔 경영활동까지 접어야 한다.

그런 위기에 처한 기업이 124개, 이들 기업에서 일했던 직원이 8000여명, 이들 기업과 거래해온 협력업체가 약 5000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하기도 쉽지 않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이유가 핵개발 저지를 위한 경제제재라서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말을 바꿀 명분이 없다.

입주기업들을 위한 정부의 보상도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고도의 정치적 결정’은 입주기업들의 의도와는 무관하다. 정부가 “기업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입주기업의 입장차가 워낙 큰데다 재원도 넉넉하지 않다. 피해 보상 외에 향후 얼마나 많은 지원을 더 해줘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개성공단 사태가 여러 면에서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첫째 딜레마 | 누가 어떻게 열텐가

가장 큰 딜레마는 이대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끝나느냐 아니면 향후 개성공단을 재개할 거냐를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정부는 개성공단으로 인해 남한의 이득보다 북한의 이득이 더 크다는 전제를 두고 개성공단 철수를 강행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의 입주기업들이 얻는 이득은 북한이 얻는 것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지정학적 조건, 각종 세제혜택, 말이 통하는 저비용 노동력까지 입주기업들이 누리는 혜택은 매우 크다”면서 “이런 이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개성공단으로 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 부장을 맡았던 김진향 박사(전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 득을 보는 평화경제이자 ‘한국 미래 경제의 창’”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개성공단 폐쇄로 얻는 이득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도 경제제재를 요구할 명분을 챙겼다는 거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무기개발을 막을 수 있다면 개성공단 1개가 아니라 100개라도 폐쇄해야 한다”면서도 “그렇게 해서는 북한을 바꿀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지금 보다시피 우리 기업들이 되레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지 않은가”라면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또 “우리가 중국에 물건을 팔아서 낸 수익금을 사드 배치에 쓴다는 걸 빌미로 중국이 한국을 제재하겠다고 하면 할 말이 있겠는가”라면서 “향후 대북 창구로 이용할 수단이 사라졌으니 분명한 박근혜 정부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개성공단의 존속으로 인해 얻는 이득은 크고 분명하지만,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얻는 이득은 작고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도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로 방향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는 거다.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개성공단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못 박았으니 대북정책의 유연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인해 현대그룹이 위기를 겪고, 강원도 고성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한 것처럼 개성공단이 그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딜레마 | 보상기준, 모호함의 극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위한 보상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느냐는 것도 딜레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피해구제까지만 해야 한다”는 주장과 “향후 경영활동 재개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주장이 갈리는 건 입주기업이 아닌 기업들에 적용하는 법ㆍ제도와의 형평성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있으면 상환을 유예해주고, 4대 보험료도 감면해주기로 했다. 납품하는 기업이 있으면 납품을 연기하거나 계약을 해지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기로 했고, 어쩔 수 없이 임금을 체불하게 된 사업주에는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법적 허용한도보다 많이 고용할 수 있도록 했고, 국유지를 공장부지를 알선해주는가 하면 매입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위한 지원책 대부분은 대출 확대, 채무 감면 등이다. 때문에 현실적인 지원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기존 경협보험으로 보상 가능한 피해 이외에 불가피한 직접적 피해에 대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라면서 “기업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지원책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기업들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자칫하다가는 특혜 시비로 불거질 수 있어서다. 더구나 정부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공감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합동대책반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다수의 입주기업들이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하소연을 ‘앓는 소리’쯤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김종욱 동국대 객원교수(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행정관)는 “그동안 대기업의 온갖 갑질이 불거질 때마다 중소기업들이 도와 달라고 했지만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고, 외면하기 바빴다”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딜레마 | 손실 미반영? 투명성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상장기업을 위해 내놓은 지원책도 딜레마다. 지난 3월 6일 금융당국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자산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주석에만 기록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에 자산이 묶인 기업들의 자산손실을 곧바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자본잠식된 부실기업으로 전락해 상장폐지 등과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상장기업을 배려한 조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수주산업에서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회계처리가 불투명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회계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업에 묶여있는 잠정손실액이 재무제표에 제때 반영되지 않아 발생하는 회계절벽 현상을 방지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는 회계투명성과 정면배치되는 지원책을 내놓은 셈이다.

박경호 숭실대(회계학) 교수는 “금융당국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특수 산업, 특수 상황이라고 달리 적용하는 정책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계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일시적 피해를 막기 위한 눈가림은 이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하는 상황으로 커질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물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상장폐지와 도산 등의 피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장폐지 심의위원회에서 사후수단으로 구제 조치를 내리는 방안이 더 적절하다”고 전했다.

넷째 딜레마 | 이상한 고용유지지원금

입주기업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책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입주기업들이 경영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직원들 대부분은 졸지에 일터를 잃었다. 그러자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크게 3가지 지원책을 제시했다. 휴직노동자의 인건비를 정부가 보조하는 고용유지지원금, 해고노동자를 위한 실업급여,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를 위한 긴급생계지원비 지원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는 “실효성은 없으면서 발목만 잡는 지원책”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고용유지지원금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이란 재정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무급 휴업ㆍ휴직 조치를 하면, 정부가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범위 내에서 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참고 : 여기에다가 통일부는 최대 6개월간 1인당 65만원씩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

다시 말해 휴직자에게만 돌아가는 지원이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노동자는 휴직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일할 수도 없고, 구직활동도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러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완전한 실직상태에 놓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서 일해온 김경진(37)씨는 “지급기간을 더 늘려주든지, 휴직급여 수령기간에도 회사 복구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에서는 현행법에 어긋나서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때문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건 기업주도 마찬가지다. 한 의류기업의 대표인 A씨는 수년간 함께 일하던 직원을 결국 해고했다. 직원을 휴직시키면 그동안 4대 보험료를 계속 내줘야 해서다. 정부가 보험료를 감면(고용ㆍ산재보험료는 6개월간 30% 감면, 건강보험료는 50% 감면, 국민연금은 1년간 납부예외)해주기로 했지만, 벌이가 없는 상황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A씨는 “정부 지원책을 따르면 빚만 쌓인다”면서 “그럴 바에야 직원을 내보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책이 현실에 맞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3가지 지원책 모두 기존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 사회안전망이다. 다만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특수하다. 독특한 상황에 일반적인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역효과가 난 거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방법도 없다. 현행법상 다른 지원방법이 없어서다.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가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현실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걸려 있어서다.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통일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 연장, 수령기간 중 입주기업을 위한 근로 허용 등을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통일부는 ‘현행법상 형평성에 어긋나서 접수할 수 없으니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이는 합동대책반 5차 회의에 참석한 통일부 기획단장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정부가 스스로 딜레마를 인정한 셈이다.

다섯째 딜레마 - 공단 재개하면 활력 감돌까

개성공단 재개여부에 따른 기업주들의 입장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단 개성공단이 폐쇄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손해배상과 손실보상 문제가 남는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입장차가 크다. 정부는 기업주들의 입장을 과감하게 수용할 수 없다.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번 상황이 선례가 돼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서다.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 대출 확대나 각종 채무 유예 등으로 꽉 짜여 있고, 정작 기업주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배ㆍ보상 내용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은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입주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과감한 지원을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주들의 생각은 엇갈린다. 개성공단이 완전히 폐쇄된다면 큰 목소리를 내겠지만, 향후에 개성공단이 재개돼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야 할 처지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홍순직 객원연구위원은 “입주기업들이 총선 전에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정부나 총선 결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손해를 감당할 수 없어 목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각자가 모두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개성공단이 재개된다고 해도 기업들은 다시 입주를 해야 할 지도 난감하다. 지난 2013년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일은 없을 거라던 정부의 호언도 믿을 수 없게 돼서다. 전기경 드림에프 대표는 “공단이 재개해도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80%”라면서 “거래처에서 먼저 불안해하며 일거리를 주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표는 “신뢰를 저버린 정부가 싫지만 개성공단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은 꽤 크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긴 힘들다”면서 “다만 개성공단에 올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덕ㆍ노미정ㆍ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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