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하는 엔터테인먼트

1세대 아이돌 ‘H.O.T.’ ‘S.E.S’부터 현재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 삼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싸이’ ‘빅뱅’ ‘샤이니’ ‘엑소’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아티스트 군단을 보유한 SM과 YG가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당장의 실적은 별 볼일 없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다.

▲ SM은 아티스트 관련 상품과 문화 콘텐트를 판매하는 복함문화공간 코엑스 아티움을 설립했다.[사진=뉴시스]
연예 기획사의 두 공룡,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가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재밌는 건 이들이 벌이는 신사업의 종류다. 게임부터 패션ㆍ외식사업까지 손을 대지 않는 분야가 없다. SM의 신사업 전략은 이렇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콘텐트와 연예인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9월 게임개발 업체 달콤소프트와 손잡고 모바일 게임 '슈퍼스타 SMTOWM'을 출시했다. 이는 SM 소속 연예인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리듬게임이다.

이어 2015년 1월 SM은 공연, 뮤지컬 등의 문화 콘텐트를 제공하고 연예인 관련 상품 등을 판매하는 지상 6층의 복합문화공간 ‘SM TOWN 코엑스 아티움’을 설립했다. 이는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 필수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자회사 SM C&C를 설립하고 케이팝 공연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케이컬처 여행 상품’도 개발했다. 올해 3월에는 대형 유통업체 이마트와 협업해 소속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을 사용한 PL(Private Label)상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YG는 SM보다 사업 확장에 더 공격적이다. 2014년 삼성물산과 손잡고 론칭한 패션 브랜드 ‘노나곤(NONA9ON)’과 같은 해 자회사 YG PLUS로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문샷(moonshot)’이 대표적이다. 노나곤의 론칭 행사에는 소속 연예인이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YG는 자회사를 통해 골프매니지먼트 및 외식프랜차이즈까지 뛰어들고 있다. 거기에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보보경심:려’의 공동 투자ㆍ제작에 나서며 사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

연예인의 매니지먼트가 아닌 다른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은 SM과 YG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배용준, 김수현의 매니지먼트사인 키이스트 역시 화장품 제조유통업체 ‘더우주(THE OOZOO)’의 지분을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송승헌, 이미연이 소속된 씨그널엔터테인먼트도 화장품 업체 ‘코스온’과 함께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SMㆍYG의 사업 영역파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구설수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얘기다. 또한 연예인의 인지도를 이용해 신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것도 엔터테인먼트 기업만이 갖출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소속 연예인을 마케팅에 활용하면 쉽게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등에 업고 사업에 뛰어든 만큼,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SM이 이마트와 손을 잡고 내놓은 PL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하루 평균 900~1200병이 팔리던 데일리스파클링 탄산수는 샤이니ㆍ엑소ㆍ레드벨벳의 이름과 사진을 넣자마자 매출이 평균 2배로 뛰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볶음 짜장면과 손짜장은 엑소의 이름을 달고서 단숨에 이마트의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권민희 이마트 홍보 과장은 “문화공간을 벗어나 일상에서 팬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은 SM과 색다른 소비자 유인책이 필요했던 이마트의 니즈가 서로 잘 맞아떨어진 기획”이라면서 “상품의 가치와 상관없이 주목받지 못했던 제품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고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YG의 문샷도 첫 기획상품 ‘지디&다라 쿠션’이 3월 한 달 만에 2만5000개 분량 매진 기록을 세웠다. 싱가포르 11개, 말레이시아 18개의 매장을 출점한 문샷은 코스메틱 업체 사사(SaSa)를 통해 홍콩에도 진출한다. 국내에 플래그십 매장 3개를 포함에 6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내수보다 외수 효과를 볼 공산이 큰 셈이다.

문제는 두 회사의 실적이 매출만큼 좋지 않다는 점. SM C&C와 YG PLUS는 3년 연속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다. 각 회사는 사업 초기 투자비용을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샷 관계자는 “올해도 해외 출점이 이어지기 때문에 흑자전환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을 너무 빨리 늘리다가 오히려 기업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소속 연예인의 인지도에만 의존하다 품질 개발에 소홀하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음악 시장만으로는 좁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콘텐트에 예민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한류 바람을 타고 발 빠르게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하지만 본업보다 ‘문어발식’ 확장에만 매진할 경우 오히려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신사업 영역에서도 내실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