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활 시작됐나

▲ 강남 일대의 재건축 시장 흥행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사진=뉴시스]
개포 재건축 단지가 3.3㎡(약 1평)당 4000만원에 육박하는 분양가에도 완판에 성공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거라는 기대가 나올 만하다. 그러나 속단하기엔 이르다. 재건축 시장의 효과가 일부에만 해당될 거라는 지적이 많다. 강남 부동산은 ‘그들만의 리그’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로 인해 위축됐던 부동산 소비심리가 회복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강남 일대의 재건축 시장이다. 재건축 시장의 대표 흥행 사례가 ‘신반포자이’와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다.

지난 1월 시작된 신반포자이 분양은 37.8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3.3㎡(약 1평)당 평균 4290만원의 높은 분양가에도 6일 만에 전량 판매됐을 정도다.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33.6대 1의 높은 청약률에 3.3㎡당 평균 3760만원의 분양가로 전량 판매에 성공했다.

재건축 아파트도 탄력을 받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개포와 반포에만 10곳이 넘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분양을 추진 중이다. 올 5월 분양이 확정된 곳만 서울시내에 11곳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재건축 시장의 열기가 향후 분양 예정인 단지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재건축 시장의 흥행을 시작으로 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진남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그동안의 주택 시장은 중산층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이 더해져 흥행을 이끌었다”면서 “그러나 강남 일대의 재건축 시장은 9~10분위의 고소득층 실수요자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다른 부동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상승 동력인 중산층이 잠잠한 만큼 최근의 재건축 시장 열기는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거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봤을 때 몇몇 인기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청약이 미달된 곳도 수두룩했다. 인터넷 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 16곳(대형 건설사 기준) 중 절반가량은 청약이 미달됐다. 마감했더라도 2순위로 밀리며 아슬아슬한 경쟁률을 보였다. 게다가 청약률이 그대로 계약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공실률은 더 높을 공산이 크다.

또 다른 지적이 있다. 재건축 시장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3년에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1가구당 1개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자신 소유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전체의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집을 살 만한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공급은 넘치지만 실수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정부가 꺼내드는 카드가 바로 재건축 사업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재개발ㆍ재건축 같은 도시재생사업은 건설사와 입대업자의 잇속을 채워주는 사업이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서민과 중산층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 양극화만 심해질 뿐이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시장의 뜨거운 열기, 결국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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