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36)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편

조벽(60) 교수는 집단지성 시대에 인성이야말로 실력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자기 조율, 타인과의 관계 조율, 자기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공익 조율에 능한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다. 인류의 삶에 이바지하겠다는 꿈도 그 연장선에서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10~20대에 세계적으로 한국을 빛낸 젊은이는 모범생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청개구리형이었다”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인류의 삶에 도움을 주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온갖 장애물을 넘어 초지일관, 이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인류의 삶에 도움을 주겠다는 꿈을 실현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그 전에 사고 방식, 삶의 양식을 그런 목표에 맞춰 조율해 보세요. 일종의 자기 조율이죠. 이렇게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한편 어떤 행동을 하기 전 감정의 상태와 생각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공동체와의 관계도 잘 조율해야 합니다. 나는 이를 각각 관계 조율, 공익 조율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타인과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건 장기적으로 나에게도 이익이라는 윈윈의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먼저 눈앞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이런 통큰 계산을 할 줄 아는 대인배가 되세요. 이런 마인드를 인류의 차원까지 확장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살다 보면 인류의 공영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여러분이 살아갈 시대가 아니라 자신들이 경험한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기에 그런 꿈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여러분 부모가 겪은 현실은 지나간 과거입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거죠. 부모 세대를 지배하는 경험, 감정적 기억 어떤 의미에서는 초감정(Meta-emotion)에 휘둘리지 마세요. 기질적으로는 청개구리형이 되세요. 10~20대에 세계적으로 한국을 빛낸 젊은이는 거의 대부분 청개구리형입니다. 적어도 한국의 교육 시스템상 모범생은 아니에요.

인류를 위해 공헌한 과학자 가운데 롤 모델을 찾아 멘토로 삼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나도 언젠가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자기 동기 부여의 좋은 동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안팎의 여러 장애물에 부닥칠 겁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런 저런 실패도 겪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하겠죠.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면 회복 탄력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뿐더러 알파고처럼 갈수록 더 강해져야 합니다. 배터리로 작동한다고 가정하면 배터리의 용량이 커져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걸림돌이 나타나도 뛰어넘을 수 있죠.

이때 필요한 게 긍정심, 긍정의 마인드입니다. 객관적으로 이래서 안 되거나 저래서 안 될 수 있습니다. 그게 팩트라 하더라도 그래서 포기하거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건 선택입니다.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은 열두척의 배로 133척의 함대와 싸워 적선 31척을 격파했습니다. 12대 133은 객관적 팩트입니다. 해전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기는 선택을 한 거죠. 요행이었을까요? 나는 승리에 대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안을 찾아낸 거죠. 창의력과 리더십은 비전 내지는 긍정심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부정심을 품은 사람의 선택은 실패로 끝나지만 긍정심을 지닌 사람이 한 선택은 성공으로 귀결됩니다. 이때 객관적 팩트에 근거한 현실적 마인드는 오히려 심리적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죠.

긍정의 선택은 성공으로 귀결

인류의 삶에 도움을 주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너무 이상주의적이라거나 꿈도 야무지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런 시각이 객관적인 현실 인식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포기하는 선택을 하면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과학자가 될 가능성은 그 즉시 사라집니다.

반대로 그런 회의적인 시선, 심리적인 장애를 딛고 끊임없이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꾸준히 도전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외면하면 성공이라는 결과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결과를 손에 넣는 위대한 사람이 소수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그런 자세를 자신의 삶의 양식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순신이 이긴 스물세번의 해전 사이사이는 그런 삶의 양식을 견지한 일상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백성에게 군량미를 나눠주기도 했고 희망을 주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과학자가 못 된다 하더라도 이런 삶을 살면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겁니다.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 보라는 거예요.

흔히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라고 말합니다. 이 말엔 ‘인성은 실력과 별개’, ‘실력이 없을 때 비로소 필요한 게 인성’이란 뜻이 함의돼 있어요. 인성을 마치 실력이 없어 착한 척하고 공손하게 구는 처세술 정도로 여기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그런데 인성이야말로 중요한 실력입니다. 1등 인재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죠. 인성이란 한마디로 ‘더불어 잘사는 힘’입니다. 집단 지성 시대엔 천재 한 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릴 수 없습니다. 인류를 위해 공헌하려는 과학자도 팀워크를 중시해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이공계 학생은 자신의 전공을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 볼 게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어떤 현상이든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야죠. 스스로 자문도 해 보고요. 그럴 때 사물과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생깁니다. 대학 시절 쌓은 지식은 다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머지않아 구닥다리가 됩니다. 머릿속에 남는다 해도 별 의미가 없어요.

이공계뿐 아니라 대학에서 쌓은 지식이 곧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가 옵니다. 암기력과 연산 능력은 알파고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암기력이 아니라 생기력生氣力을 키워야 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인성이죠. 긴 안목으로 내다볼 때 자기 조율, 관계 조율, 공익 조율 잘하는 사람이 무엇이든 잘하는 시대가 옵니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5분의 1일 3~4개월 만에 자기 발로 걸어나오는 시대입니다. 여러분이 살아갈 세상은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4번 바꾸는 시대입니다. 평생 학습해야 시대에 가장 확실한 무기는 바로 인성이죠. 그 모델이 송중기가 연기한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입니다. 진심과 양심, 인류애로 표현된 이타심이 인성의 요소죠.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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